야구
광주구장 그라운드 팬 난입, 떨어진 심판 권위
프로야구 심판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잇단 오심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 중 팬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심판을 가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KIA-SK전이 열린 4월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3-6으로 뒤진 SK의 7회초 공격을 앞두고 1루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박근영 1루심이 1루쪽 관중석(서프라이즈석) 그물을 타고 넘어온 한 남성 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만취한 이 팬(30)은 박근영 심판위원의 목을 싸며 이른바 '헤드록'을 걸었고, 백재호(40) SK 1루코치와 보안요원이 뜯어말린 후에야 박 위원에게서 떨어졌다.
이 팬은 1루쪽 더그아웃을 통해 강제로 퇴장당하기 직전까지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난동을 부렸다. KIA 구단 관계자는 "취객이 그물을 타고 넘어왔고, 보안요원이 손을 쓰기도 전에 그라운드에 난입했다"며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황상 이날 경기 6회초 KIA 수비에서 나온 오심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1사 만루에서 SK 조동화(33)의 땅볼을 잡은 KIA 2루수 안치홍(24)이 유격수 김선빈(25)에게 공을 토스하며 더블 플레이를 노렸지만 심판은 1루에서 세이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잡힌 화면상으로는 세이프였다. 미세하게나마 조동화의 발보다 공이 더 빨랐다. 선동열(51) KIA 감독이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29일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4-0으로 SK가 앞선 2회초 무사 1·3루에서 1루주자 조동화의 도루 시도 때 나광남 2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TV 중계 리플레이 화면으로는 명백한 아웃이었다. 코칭스태프의 항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KIA는 5-18로 완패했다.
◇나광남 심판위원 입원=예정대로라면 30일 광주 경기 구심은 나광남 위원이었다. 프로야구 심판 배정 순서에 의하면 전날 경기 2루심이 다음날 경기에서 구심을 맡는다. 따라서 29일 경기에서 2루심을 봤던 나 위원이 30일 구심을 볼 차례였다. 하지만 나 위원은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나광남 위원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서울 모 병원에 입원했다고 30일 밝혔다. 향후 2~3경기가량 결장할 전망이다. 심판위원회는 퓨처스(2군)리그에 있던 김귀한 심판위원을 대기심으로 투입했다. 구심에는 추평호 심판위원이 배정됐다. 이날 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심판실에서 대기한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나광남 심판위원이 몸에 열이 있다고 해 감기 몸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