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KIA-SK의 3연전이 열린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매경기 어이없는 상황이 속출됐다. 그라운드로 취객이 난입했고, 심판이 병환(식중독)을 이유로 경기 중 교체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관중석에서 불이 나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승패를 떠나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이 연이어 연출됐다. KIA가 1차전 패배 후 2연승을 거뒀지만 이긴팀이나 패한팀이나 뒷맛이 개운치 않은 3연전이었다.
◆ 두 명의 심판이 떠나다
1일 경기(3차전)에서 박근영 심판위원은 그라운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날 1루심을 봤던 박 위원은 로테이션상 이날 2루심을 볼 차례였다. 하지만 전날 구심을 보고 휴식일이었던 추평호 위원이 2루심, 전날 대기심이었던 김귀한 위원이 3루심으로 나가면서 빈자리를 채웠다.
경기 전 심판위원들을 이유에 대해 함구했지만 정황상 전날 그라운드에서 발생한 '취객 난입 사건'이 원인으로 풀이됐다. 박 위원은 지난달 30일 경기(2차전) 중 오심에 불만을 품은 취객에게 경기 중 폭행을 당했다. 심판 로테이션이 꼬인 건 이번 3연전에서 두 번째였다.
지난달 29일(1차전)에는 나광남 심판위원이 경기 중 교체된 바 있다. 경기 직후 '식중독 증세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교체 직전 나온 오심 탓에 바뀐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광주 3연전에서는 출장이 예정됐던 두 명의 심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빠졌다.
◆ 불까지 붙은 관중석
3차전에서는 경기 중 관중석에 불이 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6회말 공수교대 순간 1루쪽 응원단석 옆에서 불이 났다. 보안요원이 바로 진화를 하려고 했지만 꺼지지 않았고, 소화기를 들고 다른 보안요원과 조웅천(43) SK 투수코치가 뛰어가려는 찰나에 진화가 됐다. 휴대용 버너로 오징어를 구어 먹으려고 했던 20대 후반 남성(26)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였다. 불이 크지는 않았고, 1분 안팎으로 소동이 일어난 후 잠잠해졌지만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이미 전날 챔피언스필드에서는 1만 여명의 팬 앞에서 심판위원이 폭행당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 중 박근영 1루심이 1루쪽 관중석(서프라이즈석) 그물을 타고 넘어온 한 남성 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틀 연속 성숙하지 않은 팬 문화가 잠시나마 경기 운영 시간을 지연시킨 꼴이 됐다.
한편 어수선한 경기 분위기 속에서 SK는 1일 열린 3차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팀 실책 최다(8개·종전 7개) 기록을 세우며 졸전을 펼쳤다. 반면 KIA는 해태에서 KIA로 팀명을 바꾼 후 최다 타점(19타점·종전 18타점)과 득점(20득점·종전 19득점) 기록을 세롭게 수립하며 20-2로 대승했다.
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 MBC SPORT+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