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벌그룹의 임원이라도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간 연봉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7일 지난해 국내 30대재벌 계열사 73곳의 임원 보수를 분석한 결과 보수 격차가 큰 상위 20개 기업 중 19곳에서 총수 일가가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회사의 최상위 보수 수령자의 평균보수는 24억1000만 원, 차상위 수령자의 평균보수는 10억6000만 원이었다. 전체 임원 287명의 연간 평균 보수액은 14억 4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최상위 수령자와 차상위 수령자 간 보수 격차가 가장 큰 기업 1~3위는 모두 SK그룹 계열사가 차지했다. SK의 보수격차(최상위 보수/차상위 보수)는 7.95배로 가장 컸고, SK C&C 7.82배 , SK이노베이션이 6.70배로 뒤를 이었다.
세 기업 모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갔다. 최 회장은 SK에서 87억 원, SK C&C에서 80억 원, SK이노베이션에서 112억 원을 수령했다.
이외에 금호석유화학(5.99배), 대한항공(5.32배), 현대모비스(5.07배) 등도 큰 격차를 나타냈다.
나머지 기업들도 대부분 배 이상의 보수 격차를 보였다. 상위 20개 회사 중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최고 보수액을 받아간 경우는 삼성증권의 김석 대표이사가 유일했다.
최상위 보수 수령자가 대부분 오너인 반면 차상위 보수 수령자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이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GS건설은 최상위 보수 수령자에 이어 차상위 보수 수령자도 총수 일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에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가장 많은 임금을 받았고, GS건설에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보수 수령액이 가장 많은 임원 1~2위에 올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임원 간 보수 차이가 배 이상 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총수 일가의 보수 책정에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기보다는 총수 일가나 최측근이 보수 책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어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취지에 맞게 개별임원 보수를 공시할 때 반드시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도 공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