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한국시간) 그리스 키오스섬 파파리에이오 구장에선 그리스 축구클럽 라이라파스(4부리그)와 터키의 카르시야카(2부리그)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양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84년 전 종료 3분을 남기고 중단됐던 경기를 다시 치렀기 때문이다. 양팀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5-5 무승부를 기록했다.
1930년 12월 7일 키오스섬에서 열린 친선경기는 후반 42분,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당시 친선전은 터키 대통령과 그리스 총리가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스포츠 외교 차원에서 열렸다. 양국은 이전까지 견원지간이었다. 그리스는 동로마제국이 1453년 오토만제국에 의해 멸망한 이후 1830년까지 400년 가까이 터키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양팀의 대결은 80년이 지나도록 잊혀졌지만 올해 라이라파스의 미카엘 코타키스 감독이 구단 자료실에서 당시 기념사진을 발견해 카르시야카 구단에 재경기 제안하면서 재경기 추진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주 아테네 터키 대사인 케림 우라스는 카르시야카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재경기는 양국에 큰 의미가 있다. 경기 수준도 매우 높았지만 양국간의 유대를 다지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카르시야카 시장인 후세인 무틀루 악핀나르는 “향후 정기적인 교류전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양팀의 만남은 축구경기가 아닌 양국간의 우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카르시야카 구단 홈페이지는 “양국간의 우정을 다지자는 취지에 걸맞게 관중들의 관심사는 응원하는 팀의 승패가 아니었다. 팬들은 양팀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축제를 즐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