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보조출연자 업체가 거듭된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 끝에 53년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 1961년 설립된 보조출연자 파견업체 한국예술 측은 최근 일간스포츠에 "지난 달 폐업했다. 지난해에만 4억원 가량의 적자가 났다. 세금을 완납하지 못해 자격 요건에 미달, KBS와의 용역계약에도 실패했다"며 "이는 MBC·SBS 등과도 같은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최근 종영한 KBS 2TV '감격시대'에서 2억 가량을 지급받지 못한 것을 비롯해 MBC '태왕사신기'(07) '대한민국 변호사'(08), KBS 2TV '국가가 부른다'(10) 등에 수많은 보조출연자를 파견하고도 번번이 수금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업체 측은 "지난해까지 제작사 및 방송국으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이 7~8억원에 이르렀고, 올해 '감격시대'까지 총 10억원 가량의 금액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올해부터 보조출연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방송국과 이 부분 협상에 실패한 것도 폐업의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이규석 사무국장은 "최근 보조출연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시작함에 따라, 업체 측이 산재보험료의 100%, 고용보험료의 일부를 부담하게 됐다"며 "출연자들이 그간 받지 못했던 연장·야간수당도 정상적으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한국예술 등 업체들이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이 와중에 방송국이 업체에 지불하는 금액은 5만5000원(1인 1일 8시간 근무 기준)에서 4만 8000원으로 줄었다. 마진은 줄어들고 비용은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마 등 촬영 현장에서는 2012년 소위 '각시탈 사건' 이후 보조출연자들의 처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는 당시 KBS 2TV 수목극 '각시탈'의 촬영을 위해 버스로 이동중 전복사고가 나면서 사망했다. 이에 지금까지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고용노동부의 94년 유권해석을 일괄 적용해 오던 근로복지공단이 이례적으로 산재를 인정했다. 이는 보조출연자가 법적 소송을 가지 않고 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은 첫 사례였다.
한국예술은 60년대 초 KBS TV 방송국 개국과 동시에 개업, 드라마 보조출연 파견 업무에 특화된 업체로 자리매김해왔다. 그간 태양기획·대웅기획·한강예술 등과 함께 4대 보조출연업체로 불려왔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정도전' '빅맨' 등과의 계약은 타 업체로 넘기고 일부 직원만 남아 미지급분 등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