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방망이의 화력이 강해진 두산 홍성흔(37)은 "강민호와 최준석(이상 롯데)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첫 해인 강민호는 올 시즌 6홈런 14타점·타율 0.227, 최준석은 3홈런 13타점·타율 0.203로 둘 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홍성흔은 "나도 FA 첫 해 때는 '잘해야 한다' '올해 못하면 몸값이 아깝다는 소리 듣는다' 등 스스로 굉장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버리려고 해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 마음이었다"면서 "올해는 두산 이적 후 2년째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최근 홍성흔의 방망이는 무섭게 살아나고 있다. 한때 2할(0.214·4월15일 현재) 언저리에 머물던 시즌 타율이 0.333(123타수 41안타)까지 올랐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홈런 수다. 홍성흔은 35경기 동안 10홈런(공동 2위)을 때려냈다. 14일 문학 SK전에는 홈런 두 방을 몰아치는 저력을 선보였다. 올 시즌 들어 벌써 3번째(4월16일 대구 삼성전, 5월8일 사직 롯데전) 한 경기 멀티홈런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3홈런을 때려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페이스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에 거둔 개인 최다 홈런인 26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홍성흔이 무섭게 살아났다. 4월에는 중심타자이면서도 득점권에서 유독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5월 들어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보통 타자들은 나이가 들면 컨택트 위주의 타격으로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는데, 홍성흔은 여전히 좋은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홍성흔은 "사람들이 내가 방망이가 안 맞으면 오버스윙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 지금도 오버스윙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잘 맞으니까 그렇게 안 보이는 것이다. 대신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스윙 폭을 줄이고 컨택트 위주로 하려는 것은 맞다"면서 "나이가 들면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고, 힘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속도를 늦추고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노력해야 한다. 시즌 중에도 힘이 떨어질 것 같아 주기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유산소 운동도 꼬박꼬박 한다. 그런 것들이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FA 첫 해에 느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난 것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이라 말했다. 홍성흔은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확실히 마음이 가볍다. FA 첫 해의 부담감과 압박감은 겪어보지 않을 사람을 모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홍성흔은 2012시즌 뒤 롯데에서 친정팀 두산으로 이적했다. 지난해에는 머릿속에 늘 "올해 못하면 나는 큰일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홍성흔은 "경기장에 나가도 밖에서도 '홍성흔 잘 하나 두고보자'라는 생각으로 다들 나만 보는 것 같았다. 스스로 위축된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올해 FA 첫 해인 민호와 준석이가 주춤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주위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