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은 요즘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혹시 약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약은 운동선수가 경기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호르몬제, 신경안정제, 흥분제 등을 일컫는다. 이는 엄연히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금지 약물로 지정하고 있다.
16일 잠실 NC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만난 그는 남다른 고충을 털어놓았다. 홍성흔은 "요즘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혹시 약을 먹고 있는 것 아냐'라는 말을 안부처럼 묻는다. 내가 방망이를 조금 잘 쳤을 때에는 '어, 홍성흔이 이제 좀 살아났네'하다가, 너무 잘 치니까 '홍성흔 뭐 있는 것 아냐. 약 먹고 있는 것 같애'라는 의심을 한다"면서 "내가 자진해서 KBO에 소변을 보내 도핑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씁쓸해 했다. KBO에서는 금지약물 복용 적발을 위해 시즌 중에 불시에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그럴만한 것이 최근 홍성흔의 방망이는 무섭게 살아나고 있다. 한때 2할(0.214·4월15일 현재) 언저리에 머물던 시즌 타율은 어느새 0.341(126타수 43안타)까지 올랐다. 특히 그는 지난 11일 잠실 삼성전 이후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11개(2위·15일 현재)의 아치를 그려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3홈런을 때려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페이스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에 거둔 개인 최다 홈런인 26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타점은 28개다.
홍성흔은 "역시 야구는 잘하고 볼 일"이라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몇 명 안됐던 팬들이 오늘 출근하면서 잠실구장 주차장에 차를 두고 나오는데, 우르르 몰려들어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 왔냐고'말했다. 작년에는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는데, 올해에는 아직까지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타격이라는 것이 잘 되다가도 진짜 거짓말처럼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지금 잘 하고 있을때 좋은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면서 "선수들은 잘 나갈때 되려 더 긴장하면서 훈련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