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후계자' 김보경(25·카디프시티)이 유니폼 번호 7번을 달고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선다. 현역 시절 박지성(33)이 대표팀에서 달았던 그 번호다.
대한축구협회는 19일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의 등 번호를 발표했다. '박지성의 번호를 물려받을 주인공'으로 관심을 모았던 7번은 김보경에게 돌아갔다. 박주영(29·왓퍼드)은 주포를 상징하는 10번을 받았다. 손흥민(22·레버쿠젠)은 9번, 이근호는 11번이다. 기성용(25·선덜랜드)은 16번, 이청용(26·볼턴)은 17번이다. 주장이 유력한 미드필더 구자철(25·마인츠)은 13번이다. 넘버원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1번은 정성룡(29·수원)의 몫이었다.
축구대표팀 배번은 김태영(44)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이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알려졌던 선수들의 선호도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했다. 동일한 번호에 두 명 이상의 선수가 겹치거나, 또는 선호도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선수의 경우 소속팀에서 사용하는 번호 위주로 배정했다. 마지막으로 배번 결정 순서는 베테랑부터 나이 순으로 진행했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원치 않는 번호를 받고 실망할 것을 우려해 일부러 번호 선호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등 번호가 공개된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특별한 불평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등번호를 내정한 뒤 이를 발표하지 않던 무렵에 김보경, 이근호 등 몇몇 선수들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호하는 등번호를 언급한 일이 있다"면서 "해당 선수가 희망하는 등번호와 코칭스태프가 내정한 등번호가 일치해 코치들이 다행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수들마다 특정 등번호를 선호하는 이유가 다 있다. 그런 배경을 잘 알고 배번을 결정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믿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모두가 활짝 웃은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평소 존경하는 대선배 차범근 SBS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번호인 11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배 이근호에게 양보하고 9번을 받았다. 나이 순으로 배번을 결정하다보니 막내 손흥민이 밀렸다. 손흥민의 한 측근은 "손흥민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11번을 달았다. 분데스리가의 레전드 차붐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를 담은 번호"라면서 "아쉽긴 하겠지만 문제는 없을 것이다. 흥민이는 레버쿠젠에서도 팀 동료 키슬링이 11번을 가져가 7번을 달고 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