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만 해도 척추·관절 환자들에게 수술은 유일한 대안으로 통했다. 지금은 척추·관절 전문의들도 “수술하면 후유증이 있다”고 먼저 환자에게 설명한다.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비수술 요법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레이저 시술이나 주사요법과 같이 최근 각광받는 비수술 요법 역시 한계가 있다. 주사치료는 소염진통 작용이 강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통증을 없애는 효과를 내지만, 반복될수록 약물의 효과 지속 시간이 줄어들어 결국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레이저 시술역시 조직의 손상을 가져와 재발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직의 손상없이 비수술적 요법으로 척추·관절 통증을 치료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원리침도다.
원리침도는 시술 시간이 20여 분에 안팎에 불과하고, 1박2일이면 퇴원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후유증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 침도의 선구자이며, 침도를 원리침도로 발전시킨 이건목(52) 이건목 원리한방병원 원장은 8500 케이스이상의 시술을 통해 천추·관절 치료분야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 저서 ‘허리, 무릎 관절 통증없이 고칠 수 있다’를 펴내고, 병원을 이전해 개원한 이 원장을 만나봤다.
- 원리침도가 기존의 허리 수술 혹은 다른 비수술적 치료법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조직의 손상없이 척추관절 통증을 치료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허리수술을 비롯한 여타 치료법은 뼈를 건드리거나 조직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일례로 기존의 허리수술은 뼈를 잘라내거나 뼈에 인공 보조물을 심는데 이렇게 하면 감압효과를 얻어 통증은 줄어들지만 후유증이 크다. 뼈를 잘라내면 자세가 잘못돼 재발 가능성이 높고, 여자들은 골다공증이 심해 나사를 박으면 뼈가 고목나무처럼 부서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비수술적 치료방식도 조금씩 문제가 있다. 주사치료의 경우 스테로이드제에 내성이 생기고, 레이저 시술의 경우 연부조직을 손상시켜 재발의 위험이 있다.
원리침도는 뼈 안쪽에 특수한 2~3㎜ 침을 집어넣어 척수·신경·혈관을 손상하지 않고 신경과 유착된 조직을 분리해 내는 방식이다.”
- 원리침은 모든 척추·관절 질환에 효과가 있나.
그동안 8500여 차례이상 시술을 했는데 그중에는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부터,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등 대부분의 척추·관절 질환이 포함돼있다. 척추·관절질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디스크나 연골 등 손상된 조직이 신경과 유착해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원리침으로 이 유착을 분리해주면 통증이 완화되고 치료가 된다.”
- 침도를 원리침도로 발전시켰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침도의 역사는 매우 깊다. 명나라 시대 외과학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외과정종’에 ‘침도’란 용어가 등장한다. 이후 1970년대 중국 주한장 교수가 침도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개발했고, 이후 중국 국가 의료사업으로 지정될 만큼 중국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침이란 이름으로 들어와 호침만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명칭 그대로 침끝에 칼이 달린 도침은 끝이 매우 예리하기 때문에 치료 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리침도는 이런 침도의 단점을 보완해 끝을 완만하고 둥글게 만들어 신경·혈관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됐다.”
- 언제부터 침도를 연구하기 시작했나.
“1990년대 후반부터 접근하기 시작했다. 중국 전역으로 수십 차례 다니면서 중국 한의사들과 교류했다. 중국 침도 역시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3년 정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침도의 장점을 발전시켰고, 척추관협착증이나 급성디스크의 난제를 풀 수 있게 됐다.”
- 최근 원리침이 특허를 받았다던데
지난 4월말 특허청에 ‘연부조직치료용침’으로 특허등록(특허번호 10-2012-0118988)을 마쳤다. 그동안 수 천번의 시술을 통해 입증된 원리침의 독창성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이번 특허를 바탕으로 원리침과 원리침 치료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원리침도 기술을 다른 의사들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다른 병원에서 온 원장들이 침도 시술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의료인들이 침도시술을 참관한 후 침도의 효과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외과적인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시술이라고 인정했다. 많은 의사가 침도에 동참하도록 하고 싶다. 한 미국 군의관의 장모가 척추관협착증으로 한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몇 개월 만에 아예 감각이 없어지고, 수술한 자리는 유착됐다. 그 자리에 피가 고이고 있었다. 그걸 침도로 고쳐냈다. 서양의학과 원리침도의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측면에서도 ."
- 8500회 이상 시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렵다기 보다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 멀리서 더 치료가 까다로운 병을 가진 분들이 병원(http://www.drleeratoc.com)을 찾는다. 그런 환자들을 보면 도전의욕이 솟는다. 초기에 사용한 침은 끝이 날카로워 가끔씩 출혈을 발생시켰다. 그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침의 끝이 둥글고 무디면서도 편리한 원리침을 개발했는데 원리침도로 가면서 시술이 매우 안전해지면서 점점 더 다양한 증상의 환자의 치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 시술이 무척 힘들 것 같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침도 시술 역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축수와 신경혈관이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항상 긴장한다. 시간이 나면 나를 마인드 컨트롤하는 책을 읽는다. 주로 용기를 주는 책을 고른다. 열정이 생기게 하는 글을 보았을 때 도전하는 능력이 생긴다. 낮잠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 30분정도 낮잠을 자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의 원리침 시술효과’ 국제 학술지에 게재
“좁아진 척추관, 원리침으로 넓혀 통증치료”
이건목 원장이 저술한 논문 ‘척추관 협착증 환자의 원리침 시술효과 : 후향적 임상연구’ 가 대체의학분야의 의학저널인 ‘E-cam(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게재됐다. ‘E-cam’은 SCI(Science Citation Index·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에 등재된 대체의학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다.
이번 연구는 척추관협착증을 가진 환자 중 원리침 시술을 받은 47명을 대상으로, 시술후 1년이 지나도 통증감소가 지속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통증척도(VAS)와 요통기능장애점수(ODI)가 1년이 지나도 유의미하게 감소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한의학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척추관 협착증에 대한 연구라는 점과 시술후 1년이 지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한의학계의 평가다.
이건목 원장은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발생하는데, 원리침으로 척추관의 좁아진 부분을 넓혀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