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78) KBL 고문이 10년 만에 프로농구 수장으로 돌아왔다. 농구인, 팬들의 기대감에 걸맞는 개혁을 이뤄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신임 총재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임시 총회에서 김인규 전 KBS 사장과 경선 끝에 제8대 총재가 됐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을 주도한 뒤, 2002년 11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제3대 총재로 활동했던 김 총재는 10년 1개월 만에 KBL 수장으로 다시 자리에 올랐다.
김 총재는 농구인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현역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대한체육회 부회장, 1984년 LA올림픽 한국 선수단 총감독,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경기인 출신 행정가다. 특히 농구계의 최대 숙원 사업이었던 프로농구 출범을 이끌어냈고, 초기 흥행에도 큰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10년 만에 KBL 총재가 된 김 총재가 해야 할 숙제는 많다. 무엇보다 초창기에 비해 크게 떨어진 흥행, 위상부터 올려야 한다. 김 총재도 프로농구의 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프로농구 초창기에는 빠르고 재미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주말에는 공중파 3사가 모두 중계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커졌지만 언젠가부터 속공이 사라지고 재미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총재는 지도자와 심판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몇년 사이에 자주 불거져왔던 심판 판정 논란에 대해 직언을 쏟았다. "심판들도 농구를 재미있게 이끌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심판들이 생존하려고 우유부단하고 복지부동하다"고 지적한 김 총재는 "반칙으로 지적할 걸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심판도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고쳐야 할 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도자를 향해선 "감독·코치들이 명작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 졸작을 내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짜증을 낸다. 감독들이 명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과거 져주기 논란 같은 문제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 총재는 한선교(55) 현 KBL 총재의 임기가 끝난 뒤, 오는 7월 1일부터 3년동안 KBL 새 총재직을 맡게 된다. 김 총재가 밝힌 프로농구 부활의 방향은 '초심'이었다. 그는 ""(프로농구가 출범한) 18년 전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겠다. 농구가 개혁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면 언제든 물러나겠다"며 "농구의 질을 높이면 저절로 모든 게 쫓아온다. 비껴나간 궤도를 본 궤도로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