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공연이었다. 임창정은 애잔한 발라드부터 코믹한 댄스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 40여곡으로 210분을 꽉채웠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임창정 전국투어-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는 임창정이 가수 데뷔 20년 만에 처음 개최한 단독 콘서트. 영화·뮤지컬·토크쇼·클럽 등 다양한 주제로 무대를 꾸미며 5000여명의 관객들을 충족시켰다. 1990년 영화 '남부군', 1994년 데뷔곡 '이미 나에게로'를 내놓은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감정들을 모두 토해냈다.
공연의 시작은 애도였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합창단 '예쁜아이들'과 무대에 올라 정규 8집 수록곡 '위로'를 부르며 희생자를 위한 추모와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어 '섬머드림' '기쁜 우리' 'www.사랑.com' '여우비' '니 옆이고 싶어서' 등 템포감 있는 곡으로 관객들을 달랬고 '슬픈 혼잣말' '오랜만이야' '나의 연인' '러브어페어' 등 잔잔한 발라드로 감성을 촉촉히 적셨다. 관객들이 손에 든 '보고싶었어'란 플래카드를 보고 '오랜만이야'를 부르다가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자신을 오래 기다린 팬들에 대한 미안함, 벅찬 감정이 밀려왔을 터.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됐지만 임창정은 손에 쥔 마이크를 놓지 않고 쉴새없이 노래했다.
히트곡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 녹음 직전 녹음실에서 직접 작사한 '날 닮은 너', 1989년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간 여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이미 나에게로' 등 자신이 만든 곡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곡 몰입도를 높였다.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JTBC '히든싱어'를 작은 코너 형식으로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무대에서 홀로 '혼자만의 이별'을 부르고 모창능력자 5명과 '결혼해줘'를 노래한 뒤 깜짝 고백을 해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혼자만의 이별'은 모창 능력자 5명이 무대 뒤에서 노래하게 한 뒤 본인이 립싱크를 했고 '결혼해줘'는 임창창이 무대 뒤에서 노래하면 모창능력자들이 립싱크하게 한 것. 이후 모창 능력자 5명과 정규 12집 수록곡 '너의 미소'를 부르며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어 특별 무대를 훈훈하게 마무리지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무대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 '비트' '불량남녀' '시실리 2km' '색즉시공' 등 자신의 출연작 영상을 짧게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작품 속 의상을 입고 나와 히트곡들을 쏟아내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또 다시' '스마일 어게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소주 한 잔' 등 전주만 나와도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곡들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 호흡하며 꾸민 라이브 무대는 20년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는 평이다.
임창정은 "너무 행복하다. 오늘 같은 날이 다시 올 지 몰랐다"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서울 공연을 연 뒤 전주·인천·광주·대구·일산 등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