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청률 조사 기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1박 2일'은 오후 4시 3분 방송됐다. 앞서 공지한 편성표에는 4시 20분이라고 적혔다. 무려 17분이나 앞당겨 방송을 내보낸 셈이다. 4시 20분에 방송을 내기로 한 SBS는 4시 12분, MBC는 4시 18분에 각각 전파를 내보냈다.
본래 방송사에서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편성룰이 있다. 예를들어 4시 20분 방송이라고 했을 경우 ±10여분 정도는 허용한다. 그날 방송 시스템에 따라 늦춰질수도 빨라질수도 있는 유동성을 고려한 것.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KBS는 17분이나 어겼다. 매주마다 일요 예능 시간이 빨라져 4시선이 무너지게 생긴 지금, KBS 측의 꼼수는 타 방송사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타 방송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SBS 측은 25일 일요 예능 시간을 변경했다. 25일 TV 편성표에 따르면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런닝맨'은 오후 4시 5분 시작된다. 종료 시간이 8시이므로 방송시간만 무려 3시간 55분(235분)이다.
편성 전쟁의 시작은 최초 KBS부터다. 기존 일요일 예능이 방송되던 시간은 KBS 2TV '해피선데이'가 오후 4시 20분 '일밤' 4시 30분 SBS '일요일이 좋다' 4시 40분. 그러나 '해피선데이'가 고지된 편성 시간보다 앞당겨 방송을 시작하자 꼼수 편성 논란이 일었다. 3사 예능국이 나서 방송사들의 협의를 추진했으나 결국 입장차로 무산됐다. KBS 측이 프로그램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재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편성 시간은 그 방송국의 고유권한이므로 어찌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만 KBS처럼 본래 편성해놓은 시간대와 다르게 방송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
지상파 PD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3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 시점에 직접 나서 중재를 해야한다. 또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더 주력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