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대중문화예술축제 백상예술대상(이하 백상)은 그 긴 역사 만큼이나 다양한 화제를 낳았다. 매년 최고상인 대상의 영예가 어떤 후보자(작)에게 돌아갈지는 변함없는 이슈였다. 지상파 3사와 영화계를 통틀어 최고의 스타에게 트로피가 돌아갈 때마다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각종 에피소드도 끊이지 않았다. 2009년(45회)에 신인연기상 수상자인 이민호가 레드카펫에서 발을 헛디뎌 고꾸라질뻔 했던 위기일발의 상황, 2005년(41회)에 윤계상이 군 복무 중에 부대의 양해를 구하고 군복을 입은 채로 시상식에 참여한 것 등은 아직도 강렬한 사진 한 장처럼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오는 27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백상예술대상을 하루 앞두고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과거 스타들의 잊지못할 순간 등 이모저모를 되짚어봤다.
▶고현정과 강호동
고현정과 강호동은 모두 최고상인 대상으로 백상과 인연을 맺었다.
고현정은 작년(46회) TV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을 맡은 게 시청자들은 물론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상식에 좀처럼 다니지 않았던 그가 블랙 드레스로 멋을 내고 참여한 것 자체가 화제였다. 여기에 수상으로 겹경사를 누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1992년 백상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지 18년 만이었다. 그는 "백상에서 처음 신인상을 받았는데 18년만에 다시 대상을 주시니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호동은 역대 백상 대상 수상자 가운데 처음으로 예능인으로서 최고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8년(44회) 4월 2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팬들에게 큰절을 했다. 뜻밖의 수상에 연신 함성만 지르던 그는 "얼마 전에 우리나라가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했는데, 우주인 이소연씨의 심정이 나와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라고 해 흥분된 심경을 표현했다.
▶이민호와 윤계상
이민호와 윤계상은 수상 자체보다는 그날의 모습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이민호는 2009년(45회)에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시상식이 진행될 때 참석해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TV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날 화제는 그의 수상 소식보다는 그가 레드카펫에서 보여준 코믹한 장면이었다. 레드카펫이 사실상 처음인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발 아래 턱이 진 계단을 발견하지 못하고 걸려서 넘어지면서 코믹한 동작을 보여줬다. 좀 위험하기도 했으나 워낙 커다랗게 허우적거리는 통에 팬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팬들은 곧바로 '꽈당 민호'라는 캡처 동영상까지 올리며 이날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윤계상은 2005년(41회)에 군복을 입고 시상식을 찾았다. 영화 '발레교습소'로 영화부문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라 참석했다가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그는 당시 전방 초소 근무 중에 부대장으로부터 허가를 얻어 동참했다. 군인 신분으로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강수연과 하지원
백상은 특히 신인들을 발굴하는 무대였다. 백상 신인연기상을 받으면 꼭 톱스타로 성장한다는 좋은 징크스가 있을 만큼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백상을 거쳐갔다. 월드스타 강수연은 1984년 KBS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의 얘기다. 강수연은 원조 해외영화제 수상 스타이자 최고의 톱스타로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글래머스타 김혜수는 박중훈과 함께 1987년 영화 '깜보'로 영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당시 앳된 모습이 간혹 비쳐지곤 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얼굴과 몸매가 팬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심은하와 장동건은 1994년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두 사람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톱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이밖에 전지현은 1999년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 하지원은 2001년 MBC 드라마 '비밀' 등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1965년 '한국 연극 영화 예술상'으로 탄생한 백상은 198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