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는 현역시절 피홈런과 자신이 친 홈런을 모조리 기억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이대형(31)과 선동열(51) 감독이다. 워낙 드물게 아치를 그리고 몇 개 안 되는 홈런포를 얻어맞았기 때문.
이대형은 올 시즌 KIA에 굴러들어온 복덩이다. LG에서 FA(프리에이전트) 이적한 그는 타율 0.295, 52안타 1홈런을 기록중이다. 이적 후 밀어치는 훈련을 거듭하며 출루율을(0.404)과 OPS(출루율+장타율·0.774)를 팀 내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센스 있는 주루 감각까지 갖춘 그는 KIA에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하지만 힘이 필요한 홈런포만은 그도 어쩌지 못하는 부분. 이대형은 지난 15일 마산 NC전에서 1회 초 톱 타자로 나서 시즌 1호 홈런을 넘겼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넘겨 본 1회 선두타자 홈런이다.
이대형은 이전까지 통산 7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프로 입단 5년차이던 2007년 개인 첫 홈런을 신고했고, 하나도 넘기지 못한 2008년과 2009년(2개)을 제외하면 일 년에 꼭 1개씩만 아치를 그렸다. 연례 행사다 보니 복기도 모두 가능하다. 이대형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홈런을 말하기 어렵다. 왜냐면 나는 지금까지 쳤던 홈런을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2003년 1군 생활을 시작하며 8개 친것이 전부다"며 "홈런은 기억에 남게만 치면 된다. 많이 넘길 필요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출루와 도루가 임무인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한편 선동열 감독은 1985~1995년까지 해태에 머물며 통산 28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프로야구 11시즌 동안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에 빛나는 전설. 1991년(8개)과 1994년(5개)를 제외하고 매년 3개 미만의 피홈런만을 기록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홈런을 친 사람보다 맞은 투수가 이슈에 오르곤 했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현역시절이던 1994년 선동열을 상대로 만루포를 쏘아 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주요 스포츠지 1면 제목은 '류중일 만루 홈런'이 아닌 '선동열 만루포 허용'이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선동열 감독은 "11년 동안 한 30개 정도 맞았던 것 같다. 나도 만루포도 맞아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야 1년에 많아야 1~2개 피홈런을 허용하던 시절 아니었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