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은 지난해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로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메이저리그는 휴식일이 따로 없어 5인 선발진의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이 거의 공식이다. 그렇지만 월요일 휴식일이 고정돼 있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이 대세다. 화요일 등판한 선발이 4일 쉬고 일요일에 선발로 나서는 경우를 제외하곤, 5명의 선발들이 월요일 휴식을 포함해 5일 쉬고 6일째 등판한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NC와 SK가 대표적으로 '4일 휴식 선발 카드'를 즐겨 쓰는 팀이다. 반면 삼성, 넥센, LG, KIA는 화·일요일 등판 외에는 5일째 등판을 한 번도 시키지 않고 있다.
4일 휴식-NC는 웃고, SK는 울고
NC는 27일까지 선발 투수들이 4일 쉬고 등판한 횟수가 15경기나 된다. 전체 44경기 중 34%다. NC는 어쩔 수 없는 화·일 등판이 6회, 그 외에 선발을 당겨쓴 횟수가 9회로 더 많다. 외국인 투수 3명(찰리, 에릭, 웨버)과 이재학이라는 걸출한 선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4일 휴식 등판 횟수는 이재학과 찰리가 4번씩, 웨버가 3번, 에릭과 이민호가 2번씩 있다.
NC 선발들은 4일 휴식 후 등판한 경기 성적도 좋은 편이다. 15경기에서 6승 2패다. 6차례 화·일 등판에서 3승1패, 그 외 4일 휴식 후 등판한 9경기에서도 3승 1패로 나쁘지 않다. 이재학은 휴식기 직전인 지난 21일 SK전에 4일 쉬고 등판해서 1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전에 하루 일찍 등판한 2경기에서 2승을 기록했다. 선발진의 '4일 휴식' 횟수가 5월까지 두 달 동안 다소 많아 보여 여름철 체력 걱정도 있다. 이에 김경문 NC 감독은 "휴식기 직전과 9연전 기간에 4일 휴식으로 조금 무리했다. 그러나 이후엔 휴식일을 적절히 배려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4일 휴식 후 등판'을 10회 시도한 SK는 2승 6패로 별로 효과가 없었다. 6차례 화·일 등판에서 2승 3패였고, 그 외 4일 휴식 카드를 강행한 4경기에선 3패만 기록했다. 미국식 야구를 추구하는 이만수 SK 감독은 외국인 투수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부상으로 고생한 김광현도 4일 등판을 시키고 있다. 김광현은 4일 쉬고 등판한 2경기에서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26일까지 NC 선발진은 16승 9패, 평균자책점 3.91(1위)로 가장 뛰어나다. SK 선발진은 11승 18패, 평균자책점 5.42(9위)는 가장 높다. NC는 선발이 뛰어난 장점을 최대한 '4일 휴식 카드'로 활용했고, SK는 허약한 선발진에 '4일 휴식 후 등판'으로 더욱 부담을 가중시킨 셈이 됐다.
무리 안 시킨다-삼성, 넥센, LG, KIA
삼성, 넥센, LG, KIA는 선발 투수가 화·일 등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4일 휴식 후 선발' 횟수가 없다. 5월초 9연전 기간에는 6선발을 가동시켜 5인 로테이션에 무리를 주지 않았다. 투수의 어깨가 쓰면 쓸수록 닳아지는 것이기에 최대한 아껴 쓰면서 장기 레이스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 선발이 화요일에 이어 일요일에 등판한 경기에서 삼성은 4경기 4전승, KIA는 5경기 2승3패를 기록했다. 반면 LG는 4경기 2패, 넥센은 3경기 2패로 승리 인연이 없다.
롯데는 9연전 기간에만 4일 휴식 카드를 3차례 썼다. 한화는 4월 중순까지 4일 휴식 후 등판을 4차례 사용하더니 그 뒤론 쓰지 않고 있다. 두산은 4월에 휴식기를 앞두고 당겨쓰기를 한 뒤론, 5월 9연전 기간에는 6선발 정대현을 기용하면서 기존 5인 선발진의 체력 부담을 덜어줬다.
실질적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은 NC와 SK만이 하고 있는 셈이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4일 휴식에 대해 "그렇게 부담된다고 보진 않는다. 예전에도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6일 만에 나오다가 어쩌다 5일째 등판하는 것 아닌가. 월요일 휴식일을 쉬어가며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