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배우'다웠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보여준 전도연의 매너는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의 품격 그 자체였다.
지난 27일 열린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화려한 레드카펫 행사에서 전도연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다. 이날 오전 프랑스 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백상예술대상을 찾았던터. 칸 현지에서 드레스 피팅까지 하며 백상예술대상을 대비했지만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상식장을 찾는다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1부 중간 즈음이 되어서야 간신히 시상식장에 들어올수 있었다.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뒤 휴식시간을 가지지 못했지만 피곤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미소를 머금은채 자리를 지켰다.
전도연 측 한 관계자는 "칸국제영화제 측에서 공식일정을 마친뒤에도 현지에 남아 몇 가지 행사와 미팅에 함께 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힘든 심사일정을 마친만큼 휴식을 겸하며 세계 영화인들과 좋은 자리를 가질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전도연이 '한국에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상태라 돌아가야한다'며 정중하게 고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격으로 초청을 받은만큼 시상식에 참여하는게 국내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풀 여유도 없이 숨만 돌리고 바로 백상예술대상 참석 준비에 들어갔다. 솔직히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걱정스러웠지만 배우 본인이 '해외 영화제 일정만큼 국내 시상식 참석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말릴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국내 팬 뿐 아니라 함께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 또 영화인들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나올수 있는 태도다.
최우수연기상이 신예스타 심은경에게 돌아갔을 때도 전도연은 '쿨'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대선배 전도연이 까마득한 후배에게 밀렸다'는 말이 나올수도 있었던 상황. 심지어 심은경 마저도 자신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된후 당황한 기색을 보였을 정도다. 하지만, 전도연은 무대에서 펑펑 울며 감격스러워하는 어린 후배를 흐믓한 웃음과 박수로 축하해줬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대선배의, 여유 넘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전도연은 일정상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시상식에 참여했다. 레드카펫에 오르지못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했고 상도 후배에게 돌아갔다. 그런데도 오히려 후배를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며 "이날 보여준 전도연의 매너는 후배들이 존경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지원 기자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 JT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