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수비수는 싱글벙글이었다. 위협적이었던 한국 선수를 묻자 꽤 오래 침묵이 흘렀다. 한국의 공격이 그만큼 밋밋했단 의미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경기를 마치고 튀니지 수비수에게 한국에 대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레인저스에서 뛰는 중앙 수비수 비렐 모흐스니(27)는 밝은 표정으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처음에는 의례적인 칭찬만 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은 조직력이 좋고 빠르다. 피지컬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상대한 대부분의 외국 감독과 선수들이 하는 칭찬이다.
이에 어떤 공격수가 기억에 남느냐고 되묻자, 모흐스니는 한 명도 떠올리지 못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국 기자들이 이날 등번호를 말해주며 "18번(박주영)은 어땠냐"고 물었을 때도, "누구지"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아스널에 소속된 선수고 오늘 중앙 공격수로 뛰었다'고 설명해주자 그제야 모흐스니는 "아, 그 선수 안다"며 "피지컬이 좋고 움직임이 좋았다"며 입에 발린 칭찬을 해줬다. 한국 선수들이 튀니지의 수비를 위협하지 못했단 뜻이다.
실제 한국의 공격이 빈약했다. 박주영(29·아스널)과 손흥민(22·레버쿠젠)·이청용(26·볼턴)·구자철(25·마인츠) 등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튀니지는 스리백을 바탕으로 밀집수비를 펼쳤는데 한국은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서로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박주영은 측면과 2선으로 내려와 플레이를 하며 활로를 모색했지만 공격은 무디기만 했다. 이렇다할 공격을 보이지 못한 한국은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모흐스니는 한국이 속한 H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H조에서 벨기에가 가장 강해 보인다. 2위는 알제리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떨 것 같냐고 묻자 "당신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이어 "매우 힘든(tough) 조에 속했다"고 했다. 그는 "알제리와 튀니지는 축구 스타일이 비슷하다. 우리와 평가전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모흐스니는 여유가 넘쳤다.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마친 뒤, 모여있던 기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