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빠르고 강했다. 이들은 자체 청백전에서 단연 돋보였다.
U-23 대표팀은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이다. 본 대회를 앞두고 6월 1일 쿠웨이트 A대표팀과 평가전을 갖는다. 이광종 감독은 30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U-23팀을 소집했다. 이용재(레드 스타)와 김경중(SM캉)·김민혁·최성근(이상 사간도스) 등 프랑스와 일본에서 뛰는 네 선수를 제외하면 19명이 모두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 본 대회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선발 기준도 밝혔다.
U-23팀은 지난 1월 오만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원래 2013년에 열릴 계획이던 이 대회는 일정이 미뤄지면서 23세 대표팀이 참가했다. 한국은 4강에 오르긴 했지만 이라크에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됐다. 경기력도 아쉬움이 남았다. K리그 선수들의 휴식기에 치른 경기라 몸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K리그에서 주축으로 뛰던 선수도 많지 않았다.
이번 쿠웨이트 평가전을 앞두고는 달라졌다.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대거 발탁한 것이다. 그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김승대와 손준호(이상 포항)·이재성(전북)·안용우(전남) 등이 발탁됐다. 이들은 중·고교 시절에는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김승대와 이재성은 잠깐 소집된 적은 있지만 붙박이는 아니었다. 손준호와 안용우는 "파주 NFC에 처음 와 봤다"며 "긴장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K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U-23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경기력도 만만치 않았다. 평가전을 이틀 남기고 소집된 대표팀은 첫날부터 1시간 40분 가량 긴 훈련을 했다. 30분 동안 스트레칭과 패스로 몸을 푼 U-23팀은 바로 자체 평가전을 가졌다. 주장 장현수(광저우 부리)와 부주장 황도연(제주)가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춘 팀이 주전조로 보였다. 이 팀에는 공격수 이용재가 배치됐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윤일록(서울)과 김승대, 안용우가 섰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손준호와 이재성이 호흡을 맞췄고, 좌우 수비수는 곽해성(성남)과 최성근이 나왔다.
허리에 배치된 김승대와 이재성·손준호가 경기를 주도했다. 포항에서 한 솥밥을 먹고 있는 김승대와 손준호는 아기자기한 패스를 자주 연결했고, 이재성도 금방 이들의 플레이에 녹아들었다. 몇 차례 전술 지도를 하던 이 감독도 이들의 발이 맞아 떨어지자, 선수들을 관찰하는데 집중했다. 첫 골도 이들의 호흡에서 나왔다. 손준호가 내준 공을 이용재가 포스트 플레이를 하며 침투하던 이재성에게 밀어줬다. 이재성은 오른발로 공을 밀어 넣으며 골을 뽑았다. 이날 훈련에서 나온 유일한 득점이었다.
김승대는 빠른 발로 뒷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을 많이 했고, 손준호는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재성도 살림꾼 역할을 해냈다. 서울과 전남에서 꾸준히 뛰고 있는 윤일록과 안용우의 몸놀림도 경쾌했다. 주전 팀은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2쿼터와 3쿼터에도 선수를 바꿔가며 1시간 가까이 자체 평가전이 이어졌다. 훈련을 마친 뒤 이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K리그가 2주 전부터 휴식에 들어갔다. 선수들도 쉬다가 돌아와서 체력이 걱정된다"면서도 "K리그 경기에서 꾸준하게 뛴 선수들이 확실히 낫다. 쿠웨이트 전 준비를 잘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