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기 좋은 계절, 봄을 맞아 대한산악연맹 산하 각 시도연맹은 올해도 어김없이 일반인 대상 국민등산학교를 열었다. 올해로 6년째 맞는 국민등산학교는 대한산악연맹 산하 16개 시도산악연맹에서 지난 5월부터 11월에 걸쳐 각각 2~3차례 열린다.
지난 24일, 경남산악연맹(이하 경남연맹)이 올해 처음으로 연 국민등산학교가 현장을 찾았다. 경남 사천시 와룡산에서 열린 국민등산학교에는 경남 지역 각 산악회와 일반인 등 30여 명이 모였다. ‘중견 등산지도자 과정’이지만, 평소 산을 접하지 않는 초보자도 섞여 있었다. 1박2일 커리큘럼 중 첫날은 와룡산(801m) 인근 탑서리 교육장에서 알피니즘과 한국등산사, 등반윤리와 안전대책 등 주로 이론 수업이 이뤄졌다. 그중 등반윤리 과목이 인기였다.
“산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예를 들면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한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잖아요. 지금까지는 내가 편한 상황에서만 인사를 건넨 것 같은데, 강사님이 ‘인사를 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는 사람한테 건네는 인사는 오히려 힘들게 할 수 도 있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에는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해봤거든요.” 수강생 김주미씨의 말이다. 이론 수업은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 40여 명의 강사와 학생들이 자리를 지켰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직장인들로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열기는 그 어떤 수업에도 뒤지지 않았다.
둘째날은 와룡산 실전 수업. 오전 6시 기상, 7시부터 ‘실전 등산·독도법’ 수업이 진행됐다. 간단한 체조 후 와룡산으로 향했다. 이날 수업은 모바일을 이용한 길찾기였다. 예전에는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한 전통적인 독도법 강의를 했지만, 요즘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애용되기 때문이다. 경남연맹 소속 박찬호씨가 강사로 나섰다.
“스마트폰이 작동되는 곳이라면 값비싼 GPS가 없어도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단 ‘나들이’ 어플을 다운받아 보세요. 전국의 거의 모든 산의 등산로가 나와 있습니다. 산불 방지 기간 동안 폐쇄된 등산로도 알 수 있고요. 다만 휴대폰 배터리 수명이 문젠데, 미리 산행할 지역의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두면 방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나들이’는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등산로 찾기 어플리케이션으로 산행 궤적과 사진 등을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길착기 강의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편 같은 시각 와룡산 민재봉 아래 상사바위에서는 지리산등산학교 졸업 등반이 진행됐다. 지리산등산학교는 경남연맹에서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 암벽 수업으로 이번 국민등산학교와 함께 진행됐다. 약 3피치(1피치 약 60m) 길이의 상사바위 암벽을 완등해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지리산등산학교는 30여 년 동안 1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 등산학교다.
오후 수업은 사천시 공설운동장 인공 암벽에서 진행됐다. 팔다리가 길어 한눈에 봐도 등반을 잘 할 것 같은 임갑승 강사가 교육에 나섰다. 간단한 장비 설명에 이어 고도의 등반 자세를 선보인 후 곧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초보자들이 완등하기에는 쉽지 않은 15m 벽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든 참가자들이 꼭대기까지 올랐다. 끝까지 오른 이은미씨는 “평소에 산에 다닌 게 (완등하는 데)도움이 된 것 같다”며 “산행 예절 강의와 체험 수업을 같이 하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테니스동호회 동료와 등산학교를 찾은 김복심씨는 “평소 운동은 테스니만 했는데, 이렇게 직접 스포츠클라이밍 벽을 올라가보니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커리큘럼은 교육장을 찾은 경남연맹 박준기 회장이 모든 수강생에게 수료증을 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대한산악연맹 국민등산학교는?
2009년부터 6년째 열려...매년 교육생 1000명 배출
등산 인구 1500만명 시대를 맞아 지난 2009년 ‘범국민등산교실’을 시작으로 올해로 6년째 실시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견 등산지도자 과정을 비롯해 전문강사, 등산교수진, 청소년 등산 리더십 양성 과정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다. 각 산악회 리더에게 인기가 많은 중견 등산지도자 과정은 16개 시도연맹에서 각각 연 3회 실시하며, 1박2일 과정으로 진행된다. 연간 교육생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02-414-2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