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남자'는 2010년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 감독의 연출과 톱스타 장동건·김민희의 출연으로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아저씨'와 '우는 남자'는 유사한 점도 많다. 감독이 같은데다 장르도 액션 느와르로 같다. 각각 원빈·장동건 이라는 국내 최고의 비주얼 배우가 출연하며 고난도 액션 연기를 펼친다. 개봉 전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는 남자'가 '아저씨'를 뛰어넘는 역작이 될 지, 아류작이 될 지를 두고 엇갈린 시선들이 뒤섞이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4일 개봉한 '우는 남자'는 '아저씨'를 뛰어넘는 총기 액션으로 볼거리에서 시선을 압도한다. '우는 남자'의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한국 영화에 전무후무한 총기 액션
'아저씨'에서 원빈은 스타일리쉬한 맨몸 액션으로 쾌감을 안겼다. '우는 남자'의 액션포인트는 총격이다. 총기 소지 자체가 불법인 한국에서 총기 액션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정범 감독은 주인공 장동건(곤)의 손에 과감히 총을 쥐어줬다. 대낮에 허름한 한국의 복도식 아파트에서 벌이는 총격전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수백 발을 아낌없이 퍼붓는 이 총격전은 통쾌함을 넘어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준다.
'우는 남자'의 액션신은 '아저씨'에서 보여준 스타일리쉬함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감을 강조하며 스크린에 박진감을 불어 넣었다. 배우들은 샷건·38구경·글록19· 등 수많은 종류의 총을 쥐고 총알을 퍼붓는다. 이정범 감독은 이 사실적인 총기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 미국과 한국의 특수부대 요원들을 직접 취재했다. 또 사격장을 찾아 사람이 총을 쏠 때 동작과 근육의 움직임을 체험했다. 실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용병 출신의 외국인 배우를 총격신에 투입하며 리얼리티에 집중했다.
▶장동건·김민희의 깊은 감성 연기
'아저씨'에서 원빈이 극 전체를 이끌어가던 것과 달리 '우는 남자'에서는 장동건과 김민희, 두 배우가 서로 다른 감정으로 신을 주고 받는다. 장동건은 죄책감과 외로움에 허덕이는 고독한 킬러 곤을, 김민희는 딸을 잃은 엄마 모경을 연기한다. 두 배우 모두 '우는 남자'를 통해 전작과는 다른 연기의 깊이를 보였다는 평가다. 미국에 버려져 홀로 자란 장동건은 친모에 대한 애증, 자신의 타깃이 된 김민희에 대한 동정과 죄책감 등 복잡다단한 감정을 표현해 냈다. 상처받은 모성을 표현한 김민희의 연기는 '왜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신뢰받는 젊은 여배우가 됐는지'를 증명한다. 아이를 잃은 후, TV속 딸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다 오열하는 장면은 김민희 연기인생의 명장면으로 꼽힐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