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은 배우 조진웅(37)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5월 30일·김성훈 감독)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든 저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일 거다.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고건수)이 저지른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박창민 역을 맡았다. 박창민은 뺑소니 사고를 빌미로 이선균을 협박을 하며 서서히 숨통을 조여온다. 뺑소니 사고로 사람을 죽이고 시체까지 유기한 이선균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진웅은 협박의 강도를 더해간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 세련된 검은 코트, 차분하고 나긋한 말투를 쓰는 조진웅은 흉기를 들고 뛰어다니는 싸이코패스 살인마보다도 더욱 살벌한 악역의 모습을 완성했다. 전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어수룩한 말더듬이 조직원 기태를 연기했던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치밀하고 섬세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가 시작한지 30분이나 지난 후 등장하는 조진웅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말 그대로 매 순간순간 신을 집어 삼키며 '충무로 대표 신스틸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시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신 스틸러'라는 기자의 말에 "그저 재주를 부리는 광대일 뿐"이라며 통쾌하게 웃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박창민 역을 맡고 싶다고 했다던데.
"박창민은 악역이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고건수(이선균 분)이라는 인물도 박창민이라는 인물을 만나면 팔닥거리기 시작한다. 자신은 차분한지만 상대방을 흥분하게 만다는 박창민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다른 인터뷰에서 이선균이 조진웅과의 액션신을 '개싸움'이라고 표현했더라.
"영화 마지막 선균이형과 치고박고 싸우는 액션신은 합을 맞춘 장면이 아니라 정말 치고 박았다. 그때 무슨 용기가 나서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무술 감독님께 '합 없이 우리끼리 치고박겠다'고 말했다. 멋진 합을 만들어준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그 장면은 정말 처절하게 치고박는게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 기쁘다."
-감독님께서 조진웅씨가 나오는 컷을 많이 편집했다고 미안해 하더라.
"극적인 템포를 위해서는 반드시 편집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다. 촬영하면서도 '이 장면은 필요없어 보이는데, 촬영해야 하나?'라고 생각이 드는 컷들이 있다. 그런 장면들은 영화를 위해서 편집되야하는게 맞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모든 장면들이 자신의 피부같은 장면일텐데, 영화를 위해 과감히 들어내시더라. 정말 존경스러웠다. 영화가 잘되면 편집된 장면들만 모아 소장용으로 하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촬영 내내 이선균과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고.
"내가 촬영하러 가는 날은 꼭 술을 마셨다. 선균이 형한테는 미안한 게, 형은 매일매일 촬영이 있는데도, 항상 내 촬영분이 있을 때마다 나와 밤새 술을 먹었다. 형이 '피곤해서 오늘은 못먹겠다'고 해도 같이 마셔줄 때까지 떼를 썼다.(웃음)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나오게 된 장면들도 있다. 박창민이 경찰서에 가서 고건수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비롯해 몇몇 장면은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떠오른 것들이다. 감독님께 '이런 장면을 넣어보자'고 제안했고, 감독님도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영화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가발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명량: 회오리 바다(이하 '명량')'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자로 '끝까지 간다' 촬영에 돌입했다. '명량'의 극중 캐릭터 때문에 머리를 빡빡 밀어논 상태였다. 그래서 '끝까지 간다' 촬영 내내 가발을 쓰고 연기해야 했다. 몸싸움 장면도 있어서 접착력이 강한 가발이 필요했다. 스타일리스트가 한 땀 한 땀 가발을 만들어 붙이느라 고생 많이 했다.(웃음)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촬영 때도 '명량: 회오리바다' 때문에 가발을 쓰고 연기했다. 매체 인터뷰 할 때도 가발을 쓰고 했다. 심지어 결혼식 때도 가발을 쓰고 입장했다. (웃음)
-악역이나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맡는 것 같다.
"그런 역만 맡으려고 하는 건 아닌데,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7월 개봉하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맡은 역은 강하지 않다. 폭력쓰는 장면도 없다. 깐족거리는 재밋는 캐릭터다."
-아직 신혼이다. 결혼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 '여자친구'가 아닌 '아내'가 됐으니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작품을 선택할 때 아내가 도움을 많이 준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좋은 꿈을 꿨다. 그 작품 해라'라고 하더라. 신기하게도 아내 꿈이 정말 잘 맞는 편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롯데가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까.
"(롯데가 가을 야구를) 못가면 죽일 거다. 나도 죽을거다.(웃음) 농담이고,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수들이 부상을 안 당했으면 좋겠다. 부상이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부상으로 인한 이탈자들이 나오면 야구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질이 떨어지면 그만큼 관객도 줄어드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