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즈 두 이구아수 공항 벽면 광고판에 한글로 적혀 있는 환영 문구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지 미국 마이애미를 떠나 11일(한국시간) 베이스캠프 포즈 두 이구아수(foz do Iguacu·이구아수의 입구란 뜻)에 입성했다. 이 곳은 브라질 남동부의 아르헨티나·파라과이 접경지역이며, 빅토리아·나이아가라와 함께 세계 3대 폭포인 이구아수 폭포가 있는 세계적 관광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추천한 50곳을 사전 답사한 뒤 지난해 2월 일찌감치 이 곳을 베이스캠프로 낙점했다. 본선 32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 여기에서 최종 담금질에 나선다. 기자가 대표팀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 숙소와 훈련장을 살펴봤다.
◇파주NFC 그대로 옮겨 놓은듯
대표팀 숙소인 '부르본 호텔'은 공항에서 10분 거리다. 하루 숙박비가 1000~1200헤알(약 45~55만원·1인실 기준)에 달하는 5성급 최고급 휴양 리조트다. 미니축구장·스파·수영장·헬스장 등이 구비되어 있고, 히바우두(42)와 카를로스(41) 등 브라질 축구의 전설들이 훈련차 찾아 발자취를 남긴 풋프린팅이 전시돼 있을 만큼, 브라질 내에서도 전지훈련지로 각광 받는 곳이다.
지난 1월 이 곳에서 2주간 전지훈련을 한 대표팀은 전용 식당, 최신 운동기구 등 몇몇 사항을 요청했고, 호텔이 적극 수용해 최고의 환경이 조성됐다. 선수들은 1인 1실에 묵고, 홍명보 감독은 스위트룸을 이용한다. FIFA가 숙박비와 함께 팀 버스·8톤 및 1.5톤 트럭·카니발 2대·산타페 1대 등을 무상 지원한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지시로 이날 오전 이구아수 경찰 폭발물 제거반과 감시견이 전 객실을 사전 점검했고, 12일부터는 취재진을 포함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는 '철통 경비'가 시행된다.
플라멩고 훈련장은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대한축구협회는 스폰서인 하나은행과 함께 미디어센터인 코리아하우스를 만들었다. 입구에는 한국 선수들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대형 태극기에 한국 축구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기자회견장과 믹스트존, 모니터 50대 등이 마련돼 있고, 기자회견장 옆 문을 열고 나가면 곧바로 그라운드와 연결된다.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인 파주NFC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이구아수는 한적한 시골처럼 조용해 훈련에 집중하기 더 없이 좋아보였다. 섭씨 25도 안팎으로 날씨 또한 운동하기 좋다. 대표팀은 12일 FIFA가 지정한 공개훈련을 갖는다.
◇한국 이동거리 9번째로 짧아
이구아수는 한국 조별리그 3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쿠이아바(18일 러시아전), 포르투 알레그레(23일 알제리전), 상파울로(27일 벨기에전) 3개 도시는 전세기로 편도 약 1시간10분~1시간 40분 거리다. 대표팀은 이구아수를 전초기지로 삼고 3개 도시를 왔다갔다 한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한국은 본선 32개국 중 베이스캠프와 각 경기장간 왕복 이동거리 5152㎞로 9번째로 짧다. 이구아수~쿠이아바 왕복 2248km, 이구아수~포르투 알레그레 왕복 1192km, 이구아수~상파울루 왕복 1712km다. 합치면 서울~부산(832㎞)을 여섯 차례 왕복하는 거리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같은 조인 벨기에(1984㎞·32위), 알제리(3992㎞·30위), 러시아(4304㎞·29위)는 한국보다 이동거리가 더 짧다. 러시아(이투)와 알제리(브라질 프로축구팀 소로카바 클럽하우스) 벨기에(무지 다스 쿠르제스) 모두 상파울루와 1시간 거리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반면 독일·포르투갈·가나와 죽음의 G조에 속한 미국은 일정도 1만4326㎞를 오가는 지옥의 여정이다. 2위 이탈리아(1만4126km), 3위 멕시코(1만4040km), 4위 일본(1만1512km), 5위 코스타리카(1만472㎞) 역시 시베리아횡단열차 노선(9446km)보다 길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이동거리 1~4위였던 알제리·북한·프랑스·세르비아는 모두 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 상파울루는 시위와 파업 등으로 길이 봉쇄돼 교통이 혼잡하다고 들었다. 이구아수는 상파울루와 1시간 떨어져 있지만 이동이 편해 베이스캠프로 잘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상파울루 공항은 월드컵 반대 시위 여파인지 마스코트 풀레코와 기념 촬영 부스 외에는 월드컵 분위기가 확 와 닿지는 않았다. 멕시코·칠레·호주·아르헨티나 유니폼과 전통의상을 입은 소수 팬들만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