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팬택 출자전환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고민 깊어지는 이통 3사
워크아웃 상태인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 3사에 1800억 규모의 매출채권에 대해 출자 전환을 요구하고 나서,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의 결정에 통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통업계에 따르면, 팬택 채권단은 ‘팬택 현안사항 및 처리방안’을 마련하고, 총 4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이 통신사들의 매출 채권 1800억원 규모에 대해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그 전제로 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요청을 받은 이통사는 출자전환을 거절하자니 팬택 파산에 따른 후폭풍이 두렵고, 출자전환을 하자니 실질적으로 매출채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잇다.
각 이통사가 갖고 있는 매출채권은 SK텔레콤이 50%, KT가 30%, LG유플러스가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팬택이 파산할 경우 채권 회수가 아예 불가능하거나 회수율이 9% 대에 불과해 이통사들이 판매장려금으로 이미 지급한 매출채권 1800억원을 받기 어려워져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된다.
무엇보다 이통 3사는 약 60만대가량의 팬택 재고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팬택이 파산한다면 A/S 서비스 등에 대한 우려로 수천억원어치의 단말기 처분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선뜻 출자전환 요구에 동참하기도 쉽지 않다. 통신사들의 결정에 따라 팬택은 출자전환-매각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며 매각 시 감자를 거치면 원금 회수가 어렵게 된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방안에는 매각에 앞서 기존 주식에 대해 10대 1 감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책장려금을 출자전환하더라도 이후 매각할 때 감자를 거치면 이를 회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그렇다고 출자전환에 동참하지 않으면 팬택이 결국 청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된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내달 4일까지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의 요구에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받아들이면 팬택의 유동성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출자전환 안이 무산되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향후 이통사들의 선택에 따라 팬택에 회생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