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지역 TV방송 노르에스테 바히아는 18일(한국시간) "브라질에 이익을 안긴 일본인 심판 니시무라가 공항에서 크로아티아인들의 타깃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서포터 6명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톰 조빔 공항에 도착한 니시무라 심판을 발견하고 욕설과 함께 양손으로 목을 조르는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경비원들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결국 니시무라 심판은 자원봉사자들의 보호 하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한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니시무라는 13일 브라질-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공식 개막전 주심이었다. 후반 24분 페널티 지역에서 크로아티아 수비수 데얀 로브렌이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의 어깨를 잡아챘다는 이유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프레드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주심이 속았다며 거센 비난이 일었다. FIFA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니시무라의 오심을 인정했다. 니시무라는 20일 벌어지는 온두라스-에콰도르의 E조 2차전에 대기심으로 좌천됐다. 월드컵 개막전 주심이 대기심으로 배정받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니시무라는 국내 팬들에게도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니시무라는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본선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인'이다. 그는 2013년 3월 한국과 카타르의 월드컵 최종예선 주심이었다. 당시 한국은 후반 45분까지 카타르와 1-1로 팽팽했다. 무승부는 한국에게 치명적인 결과였다. 비기면 월드컵이 멀어질 수도 있었다. 공식 추가시간은 5분. 다급한 한국 선수들은 허둥했다. 5분이 다 흘렀다. 탄식이 흘렀다. 그러나 주심은 그 때도 종료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대로 끝나는가 싶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추가시간이 7분 가까이 지날 무렵 이동국의 발리킥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오자 문전에 있던 손흥민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승리였다.
추가시간을 7분이나 준 주심이 바로 니시무라다. 물론 그가 한국에 특혜를 베푼 것은 아니다. 당시 카타르는 1-1이 된 후반 중반부터 노골적인 침대축구를 했다. 아무것도 아닌 파울로 드러누웠고 한국 선수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아무 이상 없는 축구화 끈을 풀었다 다시 매기도 했다. 무조건 비기기 작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후반 막판에는 계속 선수 교체로 시간을 끌었다. 절로 육두문자가 나올 정도였다. 니시무라는 카타르가 지저분한 행동으로 허비한 시간을 정확하게 추가시간으로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