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민은 '야구선수출신' 이라는 수식어로 관심을 받았고, 대학로 공연을 통해 내공을 쌓았다.
그는 이제 다른 수식어를 원한다. '카멜레온'이다. 매 작품 마다 '확' 달라진 캐릭터를 선보여 다양한 연기 폭을 자랑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윤현민은 KBS2 '감격시대'에서 일본 육사 출신의 장교 도야마 아오끼역을 맡았다. 다음 작품인 tvN'마녀의연애'에서는 '지질남' 용수철로 변신했다. 윤현민은 "'아오끼와 용수철이 같은 배우 맞느냐'는 댓글을 본적이 있다"며 "급격한 변신으로 팬들을 놀라게 해드리고픈 내게는 가장 힘이 되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 초등학교부터 해온 야구를 그만두면서 두렵지 않았나. "25살에 야구를 그만뒀다.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어느 날 '야구선수로서 비전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야구선수가 야구 유니폼을 입는 것조차 싫었다."
- 잘생긴 외모에 끼가 많아서 연예계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은 아닌지. "아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주변에서 '아들이 잘생겼다. 운동 말고 연예인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부모님께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리곤 하셨다. 그런 가정에 자라다보니 연예계를 동경 해 본적이 없다. 좋아하는 연예인도 없었다. 그런데 대학로 공연을 한편 본 이후로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어떤 공연이었나. "24살 겨울에 '김종욱 찾기'라는 소극장 뮤지컬 공연을 봤다. 말 그대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얼마 후 야구 시즌이 시작됐는데, 전반기 내내 괴로웠다. 유니폼 뒷주머니에 사직서를 넣어둔듯한 심정이었다. 기회만 있으면 야구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을 가고 싶었다."
- 연예계에 '연줄'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야구를 그만둔 직후에는 정말 막연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주변 사람들은 거의 야구에 관련된 사람뿐이어서 조언이나 소개를 받을 수도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업을 거의 안받아 일반인 친구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의 친구 중에 서울예대 다니는 친구가 있다더라. 그 친구를 만나 다짜고짜 '배우를 하고 싶다. 뭐부터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일단 연기학원을 다니라'고 하더라. 강남역에 있는 연기학원을 소개받아 무작정 다니기 시작했다."
- 연기학원에 다니다가 연예계로 들어온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어느 날 TV에서 '무릎팍도사'를 보는데 김수로 선배님이 힘들었던 무명시절에 대해 말씀하시더라. 관계자의 눈에 띄기 위해 영화사 앞에 출근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래서 나도 무작정 똑같이 했다. 당시 충무로에 있던 싸이더스 건물에 매일 ‘출근’했다.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계속 기다렸다. 어느 날 영화사 조감독님 한분이 ‘넌 도대체 누구니’라고 하셨다. '저 연기하고 싶은 사람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영화대본 하나를 주셨다. 오디션 대본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됐다."
-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경력이 도움이 되던가.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었다. 보통 신인들은 프로필을 가지고 다니면서 오디션을 본다. 관계자 분은 수많은 프로필을 보시는데, '경력란'에 쓸 내용이 없으면 아무래도 불리하다. 그런데 나는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내용이 있으니 ‘휙’ 던져 버리실것도 한번 더 봐주시더라. 역시 대한민국 남자 중에 야구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 까지’ 였다. ‘특이한 경력이 있네’라고 생각해 주시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 그래서 어떻게 극복했나. "대학로를 선택했다. 연기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니까, 업계 분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연극이나 뮤지컬로 경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공연-공연-드라마-공연-영화’ 이런식으로 ‘경력란’에 쓸 내용이 생기니 ‘어 많이 해봤네’라고 생각해 주시더라. 최근에도 1년에 한번 씩은 공연으로 ‘수련’을 쌓고 있다."
- '수련'이라는 표현이 재밌다. "드라마나 영화는 장면마다 끊어서 촬영한다. 그런데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쭉’ 가지 않나.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배우에게 엄청난 자산이 된다. 소속사에 가끔씩 ‘스케줄 좀 비워달라. 공연 좀 하겠다’고 요청한다. 시간이 날 때 마다 말 그대로 ‘수련’을 하고 오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