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의 운명이 8일 결정된다. 사진은 팬택 사옥과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살릴 것인가, 없앨 것인가.
워크아웃 중인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의 운명을 놓고 이통사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서 팬택 채권단은 팬택의 채무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출 채권 1800억원에 대해서도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통사들은 당초 4일까지 출자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3일 기한이 8일로 연기됐다. 이통3사가 선뜻 출자전환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팬택 채권단이 시간을 더 준 것이다. 이통사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고에 빠진 이유는 간단하다. 팬택을 살리는 것이 좋을지, 없애는 것이 좋을 지 득실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팔수록 빚 쌓여...살아날 수 있을까?
만약 이통3사가 1800억원의 출자전환을 결정하면 팬택 채권단의 3000억원을 합친 총 4800억원의 부채가 주식으로 바뀌어 팬택의 빚 부담이 크게 줄게 된다. 팬택 채권단은 출자전환 이후 2018년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담보채권 2%, 무담보채권 1% 등 이자율을 인하할 예정이다. 또 기존 주식 10대1 무상감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팬택으로서는 당장 '생존'이 가능하게 되지만 문제는 그 뒤다.
팬택측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며 ‘월 15만대 판매’를 자신했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문제는 판매량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가 팬택에 가지고 있는 매출채권 자체가 휴대폰을 팔때 팬택이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이라며 “현재 각 통신사에 약 70만대의 팬택 재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물량을 다 팔려면 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고, 다시 지급해야 할 매출채권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팔면 팔수록 통신사에 빚이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을 중단하면 이번에는 삼성, LG와의 경쟁을 뚫고 판매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팬택의 독자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없애자니, 제조사에 시장 주도권 넘겨줄 판
그렇다고 팬택을 포기하는 것도 이통사 입장에서는 마땅치 않다.
팬택이 사라지면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만 남게된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는 물론 이통사에게도 갑·을 관계가 뒤바뀌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제공하던 판매보조금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거쳐 제3자에 매각되도 문제다. 만일 팬택이 매각된다면 유력한 인수 후보는 중국 업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중국업체가 팬택을 인수해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는다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국내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관련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번 출자전환이 단순히 1800억원 매출 채권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국내 통신시장의 판도와 밀접한 영향이 있어 결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