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 감독이 무너졌다. 플랜B가 없었다. 의리 논란을 딛고 뽑았던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 너무 무기력했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에 위치한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7로 참패했다. 이는 브라질이 축구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참패다. 브라질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당대 최강이던 헝가리에 2-4로 패한 것이 월드컵에서 최다 실점, 최다 골 차 패배였다. A매치에서 최다골을 내준 것은 1930년 남미 챔피언십까지 올라간다. 당시 우루과이에 0-6으로 졌다. 무려 84년 만에 최악의 참패를 홈에서 당한 것이다. 이날 미네이랑 주경기장은 비탄에 빠졌다. 브라질 팬들은 독일의 7번째 골이 들어가자 오히려 독일을 응원했다. 경기를 마치고는 스콜라리 감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을 4강까지 올려놓은 스콜라리 감독의 아이들이 독일 전에서는 모두 부진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레드(31·플루미넨세)와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헐크(28·제니트) 등을 비판을 감수하고 뽑았다. 브라질의 전 국가대표 주니뉴 페르남부카누(39)는 "지난해 이미 브라질 선수단이 다 짜여 졌다. 부진한 선수들을 그대로 끌고 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레드는 카메룬과 A조 조별리그에서 한 골을 넣었고, 세자르는 칠레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선방하며 명예를 회복하는 듯 보였다.
4강전을 앞두고 악재가 있었지만 좋은 분위기에 모두 가렸다. 에이스인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가 8강 콜롬비아 전에서 허리를 다쳤다. 수비수의 핵인 치아구 시우바(30·PSG)는 경고 누적으로 나올 수 없었다. 경기 전날 한 기자는 공식기자회견에서 스콜라리 감독에게 "네이마르 없이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계획은 있나"고 물었지만, 스콜라리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우리에겐 네이마르 말고 22명의 선수가 있다. 그들을 믿는다"고 했다. 플랜B가 없었던 스콜라리 감독은 자신이 꾸준히 기용해왔던 선수들을 투입했다. 시우바를 대신해서는 단테(31·바이에른 뮌헨)를 넣었고, 네이마르를 대신해서는 베르나르드(22·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선택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 이들이 모두 부진했다. 프레드는 독일의 중앙 수비수들을 상대로 이렇다할 슈팅을 한 번 날리지도 못했다. 후반 15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소녀 슈팅을 날려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골키퍼 세자르는 5골이나 헌납하며 무너졌다. 수비라인이 무너져 어쩔 수 없었다지만 무기력했다. 브라질 팬들이 꾸준하게 야유를 보냈던 헐크는 어이없는 패스를 연발하며 브라질의 공격흐름을 뚝뚝 끊었다. 헐크는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하미레스(27·첼시)와 교체됐다.
브라질은 2006년 요하임 뢰브(54) 감독이 부임해 8년 동안 발을 맞췄던 독일에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독일은 전반 11분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의 골을 시작으로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가 통산 16호 골까지 꽂았다. 여기에 토니 크로스(24·바이에른 뮌헨)가 두 골을 추가했고,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까지 전반에 골맛을 보며 5-0으로 리드했다. 후반에는 안드레 쉬를레(24·첼시)가 24분과 34분 연속골을 넣었다. 브라질은 오스카르(23·첼시)가 후반 45분 한 골을 만회했지만, 참패의 치욕을 씻기에는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