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베테랑 내야수 박기혁(33)은 15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그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해 8월16일 이후 무려 333일 만이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박기혁의 몸 상태가 좋아졌다"며 "경험이 풍부한 선수인 만큼 적재적소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 같다"고 했다. 박기혁은 취재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얼굴 표정은 다소 상기돼 보였다. 그러나 이내 1군 복귀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 지 전했다.
박기혁은 "1군에 너무 오랜 만에 와서 적응이 안된다"며 농담을 한 뒤 "(복귀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제는 1군에 쭉 있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골절됐던 손가락은 6월 중순 쯤 완전히 회복했다"면서 "부상 회복 후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감각을 금방 익힐 줄 알았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특히 송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몸 상태보다 더 중요한 건 경기 감각"이라고 했다.
박기혁은 지난 3월 연습경기 중 오른손 검지 끝부분에 골절 부상을 당했다. 수술 후 재활을 거쳐 6월 중순에는 뼈가 완전히 붙었다. 곧바로 경기에 나설 줄 알았지만, 손가락 끝에 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송구를 하는데 검지와 중지에 같은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부상 부위인 검지에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중지에 힘이 더 들어가다 보니 송구가 내 뜻과 다른 방향으로 휘어지더라. 마치 슬라이더 같았다. 타격을 할 때도 타구가 먹혀서 손가락이 울리면 통증이 컸다. 이제서야 감각을 찾았다"고 전했다.
박기혁의 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항간에는 그와 김시진 감독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왔다. 이에 박기혁은 웃으며 "내가 먼저 '지금 이 상태로는 1군에 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송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무슨 1군이겠나. 가서 폐를 끼칠 바에는 (1군에) 가지 않는 것이 낫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규현도 조금 고생을 할 것 같다. 손가락이 완벽하게 낫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규현이에게 경험을 얘기해 줘야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