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고교 야구에서 터진 대형 홈런, 어떻게 봐야하나
20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가 열린 목동구장. 1회전 야탑고와 광주 진흥고와의 경기에선 보기 드문 대형 홈런이 터졌다. 홈런의 주인공은 광주 진흥고 선발 투수이자 5번 타자로 나온 최상인(2학년). 과거 해태에서 활약했던 포수 최해식의 아들이다. 최상인은 1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야탑고 선발 박원철이 던진 공을 그대로 당겨쳐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힘이 제대로 실린 잘맞은 타구였다. 목동구장 우측 펜스를 여유있게 넘어가는 보기 드문 대형 홈런이었다. 이번 대회 2호.
이어 열린 안산공고와 덕수고의 경기에서도 홈런이 나왔다. 190cm·96kg의 거구인 안산공고 2학년 오재호도 덕수고 최성원의 공을 당겨쳐 좌월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12경기 만에 홈런 세 개가 나왔다.
이날 오전 목동구장을 찾은 양상문 LG 감독은 팀훈련으로 돌아간 탓에 이 홈런 타구를 직접 보진 못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고교 야구 전반적인 수준을 평가하며 "많은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타자들의 체격과 힘이 좋아진 것 같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타자들이 나무배트를 두려워한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올해 보면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자신감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시즌 고교야구에는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고교야구 6개 전국대회(주말리그 제외) 192경기에서 터진 홈런은 총 18개. 경기당 0.09개꼴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첫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에선 예년에 비해 많은 홈런이 나왔다. 이 대회 33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이 터졌다. 최근 3년동안 열린 전국대회에서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2년 대통령배 대회 50경기에서 터진 홈런 8개가 최근 3년 열린 대회 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최근 고교 타자들 사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평소 파워를 기르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만난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타자들의 기량 향상보다 투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년에 비해 투수들의 스피드가 감소했다. 시속 140km를 넘는 에이스 투수들이 예년에는 각 팀에 1~2명씩은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투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주말리그가 계속되다보니 에이스 투수들에게 기회가 편중되고, 나머지 투수들이 실전에서 경험을 쌓지 못해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목동=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