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았다. 꿀맛같은 올스타전 휴식을 뒤로 한채 각 팀들은 후반기 치열한 순위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무더위가 이어지고, 우천 취소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어느 팀이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평소 "타격은 믿을 게 못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는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또 치열한 타격전 속에서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마지막 1점이다. 승부처를 강하게 해줄 구원 투수진이 강한 팀이 후반기를 주도할 전망이다.
◇ 승부처에 강한 팀
양상문 LG 감독은 "사실 감독의 작전은 특별한 게 없다. 결국 승부처에서 투수 교체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독이 투수 교체를 하는 이유는 위기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물론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의 역할이지만, 선수의 컨디션, 상대팀·타자와의 상대성 등을 판단해 기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의 투수 교체 성공 여부는 기록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구원 투수가 등판해 앞 투수가 남겨 놓은 주자에게 얼마나 득점을 허용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인 승계주자 실점률(IRS)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IRS가 가장 낮은 팀은 NC다. NC의 IRS는 25.8%다. 승부처에서 김경문 감독의 투수 교체 판단이 좋았다. 순위(3위)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위는 LG로 28.1%다. 이어 삼성(28.6%)과 롯데(28.9%)가 뒤를 잇고 있다. 또 다른 지표는 블론세이브다. 세이브 요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 투수가 동점내지 역전을 허용한 것을 말한다. 블론세이브는 초박빙의 승부처에서 구원 투수 기용의 실패 여부를 좀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올시즌 블론세이브를 가장 많이 기록한 팀은 각각 14번씩을 기록한 KIA와 LG이며, 가장 적은 팀은 롯데(6번)다.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롯데 투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세이브 성공률(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은 삼성이 가장 낮다. 삼성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23번의 세이브 기회에 등판해 6번이나 승리를 날려버렸다.
◇ NC, LG, 롯데 후반기 싸움 유리
기록만 놓고 보면 NC, LG, 롯데의 구원 투수진이 가장 안정감을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6월 이후 기록을 놓고 보면 두드러진다. 이 기간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팀은 LG(3.73)-NC(3.79)-롯데(3.81) 뿐이다. 삼성을 포함한 나머지 팀들은 모두 5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LG는 이동현-유원상-정찬헌으로 이어지는 힘있는 직구를 뿌리는 오른손 투수진과 전천후 투입이 가능한 왼손 투수 신재웅-윤지웅 등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후반기 사이드암스로인 신정락이 부상을 털고 가세한다면 다양한 유형의 구원 투수진을 보유하게 된다. 또 마무리 봉중근도 여전히 믿음을 주고 있다. 뒷문이 강해지면서 7월 한달 8승 3패를 기록중이다. 롯데는 김승회가 마무리로 안착하고, 5선발 홍성민이 자리를 잡으면서 불펜 전체에 안정감이 생겼다. 최대성, 김성배, 강영식 등이 제몫을 해주고 있다. 롯데가 승률 5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한편 NC는 경험 많은 고창성과 손민한이 중심을 잡아주고, 손정욱-원종현-이민호-김진성 등 젊은 선수들이 각자 역할을 잘 소화해주고 있다. 또 승부처에서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 또한 빛을 발하고 있다.
최영필이 가세한 KIA가 6월 상승세를 탔고, 한화는 7월 들어 안영명과 박정진 등 불펜진이 안정을 찾으면서 후반기 막판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했다. 하위권 팀들의 반등도 결국 강한 불펜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