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현세(60)가 1994년 '남벌' 이후 20년 만에 '친정' 일간스포츠로 돌아온다. 복귀작은 오는 6일부터 연재(매주 수·목)를 시작하는 승마휴먼 만화 '굿바이, 썬더'다. 이 작품은 아버지와 형을 대신해 말을 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공포의 외인구단' '지옥의 링'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이현세는 카리스마에 원숙미까지 더해 일간스포츠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암 투병 중에도 지난해 대하만화 '삼국지'(전 10권)를 펴냈고, 교수(세종대만화애니메이션학과)로 활동을 하는 등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이현세를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개포동 화실에서 만났다.
-'남벌' 이후 20년만에 일간스포츠 컴백이다.
"살짝 떨린다. '남벌' 연재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작가(야설록)와 약간의 힘겨루기가 있었다. 난 스토리를 받아도 전체적 분위기에 맞추어 상황 연출을 변형하려는 습성이 있다. 스토리작가는 자기 이야기가 바뀌어지는 것이 싫으니까 쪽대본처럼 마감 가까울 무렵 한 회씩 보냈다. 내가 고치지 못하도록. 원고 마감이 늦어서 신문사에도 폐를 끼쳤다."
-'남벌'은 처음부터 히트작이 됐나.
"아니다. 신문 연재 처음에는 불 붙지 않았다. 단행본이 나가기 시작하면서 확 불타올랐다. 초판을 20만부씩 찍었으니 대단했던 거다. 그 해 서울대 입학생들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에 올랐다. '남벌'은 일일 9페이지 만화의 효시다. 탱크·전투기가 많이 등장해 일일 9페이지는 꼭 필요했다. 비행기 한 번 날아와 폭격하면 한 회가 끝 아닌가. 액션 신을 장황하게 그리지 않고, 스틸식으로 포인트만 잡아 나래이션으로 상황을 처리했다."
-신작 '굿바이 썬더'에 대해 소개해달라.
"나와 같은 시대를 산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다. '썬더'는 종마로서 아버지가 빚 대신 가져온 말인데, 이 말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형제의 운명도 바뀐다."
-말과 어떤 인연이 있나.
"일단 내가 말띠다. 말은 친숙하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아름다운 근육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말 그리기를 좋아한다. 모든 동물을 그리기 위해선 말이 기본이다. 서예에서 '길 영(永)'자와 마찬가지다. 아주 간단한 글자이지만 서예의 모든 게 들어있는 글자다. 찍어서 당기는 기법, 쳐올리는 기법 등이 다 있다. 웬만큼 써도 예쁘지만 정말 잘 쓰기는 어려운 글자이기도 하다. 말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직접 그리나.
"내가 직접 데생과 콘티까지 한다. 그만큼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한다는 뜻이다. 예전처럼 거대 담론보다는 약간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좋다. 감성이 살아있는 작업 하고 싶다. 스토리 작가인 이상훈과는 '비정시공'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시원한 옷차림(반팔티셔츠·반바지·맨발)이다.
"(방울토마토 두 자루를 보여주며) 방금 전 춘천에 있는 텃밭을 다녀왔다. 지난해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간다. 거기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골일이라는 게 정신이 없다. 자유로운 영혼같지 않나? 세 시간만 일하고 '굿바이 썬더' 작업하려 했는데 6시간이나 있게 됐다. 쓰러진 고추나무와 방울토마토 가지를 일으켜 주어야 한다. 가지가 연약해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부러져 버린다. 다들 주말 농장 이 맛에 하는 거다."
-예전에 비해 살이 빠져 보인다.
"위암은 회복 중이지만 몇 가지 질환들을 관리해야 하는 처지다. 예전에는 꽉 맞던 바지가 헐렁하다. 약간 고독한 지식인처럼 보이지 않은가. 예전에는 약간 부르주아 작가 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사진 기자를 의식하며) 지금이 사진 잘 안 받을 나이다. 젊을 때는 피부가 탄력있으니까 사진이 잘 나오고, 여기서 10년만 더 가면 주름이 잡혀 사진을 잘 받게 된다."
-일간스포츠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일간스포츠와 아주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다시 만나서 반갑다. 일주일에 두 번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