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강경학(22)은 최근 등번호를 바꿨다. 한화는 8일 "강경학이 기존 07번에서 14번으로 등번호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강경학은 9일 잠실 LG전부터 새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뛰다 지난 1일 대전 두산전에 대타로 나와 데뷔 첫 타석에서 결승 스리런 홈런을 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강경학은 "14번은 은퇴한 김민재 선배님, SK의 이대수 선배님이 한화에서 달았던 번호다. 앞으로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실 강경학이 배번을 바꾼 이유는 따로 있다. 한화는 강경학이 07번을 달고 뛰면서, 기존 7번인 송광민과 함께 1군에 있게 됐다. 7번 송광민과 07번 강경학은 지난 5~6일 청주 삼성전에 동시에 출장했다. 앞으로 심판과 기록위원이 혼동할 여지가 있어 등번호를 바꾼 것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의 배번은 0번에서부터 세 자리 숫자인 100번대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이 가능하다. 팀마다 신고선수 등 인원이 많아지면서 세 자리까지 허용했다.
배번은 선수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연도 많다. 공필성 롯데 코치는 선수 시절 ‘0번’을 사용했다. 김경기 SK 코치는 선수 시절 달았던 ‘00번’을 코치가 되어서도 쓰고 있다. 요즘엔 강경학의 전 등번호처럼 07번도 있다. 108번, 113번도 있다. 하지만 세 자리 중에서 007번, 001번과 같은 번호는 아직 없다. KBO 관계자는 “111번처럼 세 자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001~009같은 세 자리 번호는 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퓨처스리그에는 100번대 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1군에 올라오면 가급적 두 자리 숫자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G 선수 중 황목치승은 2군에서 106번을 썼지만 현재는 1군에서 68번을 달고 뛴다. 채은성도 2군에서 102번을 달다가 1군에 올라와서는 54번으로 변경했다.
한편 LG에는 '동명이인' 이병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배번'의 '다른 선수'도 있다. 지난해 타격왕을 차지한 이병규(40)는 9번, 미래의 4번타자로 키우고 있는 이병규(31)는 7번을 달고 뛴다. 그런데 LG에는 배번 07번과 09번도 있다. 올해 신고선수로 입단한 투수 김정택(22)이 09번, 투수 오세민(19)이 07번을 달고 2군에서 뛰고 있다. 한화에는 01번(투수 김동조), 02번(포수 신승원), 03번(내야수 박한결), 04번(외야수 노수광)이 있다. 이미 선배들이 1번(외야수 이용규), 2번(포수 박노민), 3번(내야수 한상훈), 4번(내야수 노태형)을 달고 있기에 앞에 ‘0’을 붙여 선택한 것이다. SK는 김경기 1군 타격코치가 00번이고, 외야수 김강민이 '0번'을 달고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