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원한 캡틴' 조성환이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그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앞두고 현역 시적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장면을 꼽았다.
◇1999년 첫 1군 데뷔.
원광대를 졸업한 조성환은 1999년 2차 8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군에 머물던 그는 1999년 5월16일 1군 합류 소식을 접한다. "매니저에게 1군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떨림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조성환은 이튿날 열린 사직 현대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조성환은 그해 7월3일 사직 한화전에서 마침내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섰고, 볼넷을 얻어냈다.
조성환은 "기록에 남아 있는 첫 타석 성적은 홈런"이라고 했다. 그는 1999년 7월7일 인천 현대전에서 최영필을 상대로 데뷔 첫 안타로 홈런을 터뜨렸다. "대학 시절 첫 홈런을최영필 선배에게 뽑아냈는데, 프로 데뷔 첫 홈런도 최영필 선배한테 얻었다"며 "아직도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선배"라고 했다. 이어 "볼넷을 얻은 뒤 안경을 착용했다. 첫 야간 경기를 해보니 공이 보이지 않더라. 공을 더 잘보려고 안경을 착용했는데, 다음 타석에서 바로 홈런을 때려냈다"고 회고했다.
◇2008년 첫 포스트시즌
롯데는 2008년 외국인 제리 로이스터를 사령탑으로 임명한다. 로이스터 감독은 '노피어' 정신을 앞세워 선수들에게 과감한 공격을 주문했다. 이전 8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승승장구하며 가을 잔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시즌 중반 악재를 만났다. 주장 정수근이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중징계를 받아 팀을 이탈했다. 공석이 된 주장은 조성환이 물려받았다. 그는 어수선한 선수단을 잘 추스렸고, 롯데는 마침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조성환은 "2008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며 "팬들과 호흡하면서 올라갔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가을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가을 야구가 이런 느낌이구나'하는 걸 처음 느꼈다. 올해 아직 4강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가려면 가을 야구를 먼저 해야 한다. 후배들이 꼭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9년 사구 부상
조성환은 마지막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2009년 얼굴에 몸을 맞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조성환은 2009년 4월23일 인천 SK전에서 채병용의 공에 광대뼈 부근을 강타 당해 안와골절상을 입었다. 조성환은 한 달 반 가량 재활을 한 뒤 6월2일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통상 얼굴에 부상을 당한 선수는 양쪽 뺨을 모두 감싸는 이른바 '검투사 헬멧'을 착용한다. 그러나 조성환은 일반 헬멧을 착용해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조성환은 "다른 팀 팬들도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한데 모였다. 그런 바람들이 모여서 부상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얼굴 부상은 조성환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그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언급하기 꺼려진다. 사실 시력이 점점 나빠진 것이 문제가 됐다. 시력 교정 수술을 했지만, 회복이 쉽지 않더라. 사구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었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와 싸우고, 볼 배합을 예상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 신경이 더 쓰였다. 트라우마가 쌓이면서 조금씩 위축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