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모, ‘슈퍼레이스 우승’…“놀자고 레이싱 하는 것 아냐”



"놀자고 레이싱 하는 것이 아니다."

안재모(35·쉐보레)가 24일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자동차 경기장)에서 열린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GT클래스 5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5.615㎞의 서킷 14바퀴를 36분41초061에 통과한 그는 2위 최해민(30·CJ레이싱·36분59초351)을 따돌리고 포디움(레이싱 대회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안재모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지난 6월 종영된 KBS 드라마 정도전에서 그가 연기한 냉혈한 왕자 이방원의 그것과 묘하게 닮았다. 왕좌를 향해 차가운 표정으로 정적을 제거하던 이방원. 정상을 향한 눈빛은 시속 300㎞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안재모에게도 찾을 수 있었다. 10년 차 드라이버인 그에게 레이싱의 의미를 묻자 "스트레스다.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을 받는다"며 "'놀자고 레이싱을 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때는 그 부담이 더 컸다"고 했다.

36분 간 피 말리는 레이싱을 마치고 나온 안재모는 연신 물을 들이켰다. 얼굴은 시뻘겋게 상기됐고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짙은 땀냄새에서 그가 배우가 아닌 선수란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우승소감을 묻자 그는 "뜻하지 않은 우승이었다. 난 안정적인 레이스를 하는데 앞쪽에서 사고가 나며 기회가 왔다"며 "7년 만에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안재모는 2007년 CJ 슈퍼레이스 투어링A에서 정상에 올랐다. 2009년, 그는 1년 가까운 공백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포디움 꼭데기에 섰다.

레이싱 관계자들은 "안재모는 연습벌레"라고 입을 모았다. 안재모도 "2004년부터 레이싱을 시작했다. 처음 2~3년 동안 용인 서킷에서 가장 많이 연습한 선수 중 하나였다"며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은 것이 오늘 영광을 있게 했다"고 우승 비결을 밝혔다. 지난 2월 쉐보레에 입단한 그는 GT클래스에 입문한지 6개월 만에 쟁쟁한 경쟁자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그가 출전한 GT클래스는 배기량이 1400cc를 넘고 5000cc 이하의 다양한 차종이 참가한다. 자동차 회사 별로 다양한 차종이 출전해 '브랜드 격전지'로 불린다. 배우 류시원(42·팀106)이 출전한 슈퍼 6000보다는 한 단계 아래로 평가 받는다. 이에 안재모는 "아직 실력이 모자란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3~4년 전에 도전한 기억이 있다. 용의 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꾸준히 포디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슈퍼 6000에는 실력을 더 늘려 도전하겠다"고 했다.

안재모의 활약에 모터스포츠계도 활짝 웃었다. 지난해까지 4년간 영암 서킷에서는 포뮬러1(F1)이 열렸다. 그러나 6000억 원의 빚만 남기며 실패로 끝났다. 전라남도는 올해 F1 유치를 포기했다. 모터레이싱 자체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슈퍼레이스 김준호 조직위원장은 "F1 이후 대규모 모터스포츠 대회가 없었는데'한·중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을 개최를 통해 다시 한번 국내 팬들에게 모터스포츠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전남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며 "안재모 같이 해외에서도 영향력있는 배우가 우승하며 저변 확대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영암=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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