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35)는 지난 23일 프로야구 역대 9번째로 통산 1000득점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프로야구에서 14년 뛰는 동안 홈 플레이트를 1000번 밟았다는 뜻이다. 야구는 결국 득점을 해야 이기는 스포츠다. 득점 없이는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에서 득점의 가치는 너무 낮다. 개인적으로 박한이는 프로야구에서 저평가된 대표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저평가된' 선수가 가장 '저평가된' 대기록을 달성했다.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 화면 자막에 타수-안타-타점-득점 순으로 표시를 한다. 그러나 국내 중계 방송 자막에는 타수-안타-타점이 끝이다. 굳이 하나 정도 더 기록을 표시한다면 도루를 추가한다. 득점은 박한이처럼 통산 기록을 달성할 때 표시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야구는 득점이라는 마무리 과정을 통해야만 결과가 나오는 종목이다. 득점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됐다.
박한이에 앞서 통산 1000득점을 달성한 선수는 모두 8명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어마어마하다. 장종훈(한화 코치)을 시작으로 전준호(NC 코치) 양준혁(전 삼성) 이종범(한화 코치) 장성호(롯데) 송지만(넥센) 박재홍(전 SK) 이승엽(삼성) 등이다. 양준혁과 이종범, 장성호는 타격왕 출신이다. 이승엽과 장종훈은 홈런왕이다. 박재홍은 데뷔 첫 해 30홈런-3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홈런왕에 올랐다. 전준호는 도루왕을 차지했고, 송지만은 꾸준함의 상징이다.
박한이는 안타(2003년)와 득점왕(2006년)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8명을 비교하면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름값에 차이가 있다. 대중들이 인식하는 이미지에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박한이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4년 동안 꾸준히 홈을 밟아 이룬 대기록이다.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를 받는 박한이가 가장 저평가 되는 스탯에서 세운 위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프로야구도 득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때가 됐다. 세이버메트리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은 'RC(득점 생산)' 'RC/27(경기당 득점기여)'이다. 그러나 국내 구단은 타점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타격에 대해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 타점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타점은 득점이 없으면 기록되지 않는다. 득점이 타점과 비교해 가치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는 1~2번 타자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홈 귀환율'을 꼽고 싶다. 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타와 사사구로 출루한 뒤 얼마나 득점으로 연결되는지 따져보면 된다. 물론 상대 실책으로 인한 출루도 있는 만큼 100%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올 시즌엔 25일 현재 넥센 박병호가 0.4976으로 홈 귀환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서건창(넥센·0.4928) 최형우(삼성·0.4877) 김강민(SK·0.4805) 정수빈(두산·0.4733) 박민우(NC·0.4663)가 잇고 있다. 홈런 타자들과 더불어 각 팀 테이블 세터들의 이름이 보인다. 홈 귀환율이 좋은 1~2번타자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