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용(73) 감독의 표정과 말투는 다소 격양되어 있었다. 지난 28일 대전 넥센전에서 상대 선발 오재영(29)의 부정투구 의혹에 대해 심판진의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에 화가 났다. 김 감독이 두 번이나 어필했지만 김민호 구심은 제대로 된 주의를 주지 않았고 승부의 결과를 떠나 자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은 오재영이 규칙에 위반된 행동을 하면서 벌어졌다. 그는 이날 홈플레이트를 등지고 서서 왼쪽 허벅지 부분에 공을 비비는 행동을 했다. 이는 야구 규칙 '8.02 투수 금지사항 (4)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에 위반되는 행동이다. 공의 표면을 미끄럽게 만들어 움직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샤인볼' 의혹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규정은 실제 부정투구 여부를 떠나 그러한 의혹조차 미리 방지하기 위해 정해졌다. 실제로 규칙 위반을 하면 먼저 경고를 하고 반복되면 퇴장 조치를 해야 한다. 규칙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김응용 감독은 4회 말 처음 오재영의 이와 같은 행동에 대해 김민호 구심에게 어필했고 이후 5회 초가 시작되기 전에도 다시 한 번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제로 경고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9일 경기을를앞두고 만난 김응용 감독은 "어느 나라 리그든 투수가 유니폼에 공을 문지르는 건 금지돼 있다. 그런데 '공에 흠집이 나지 않아 괜찮다'고 하더라. 나이 먹고 괜한 트집을 잡는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참았지만 자주 그런 모습을 보였다. 1회부터 그랬는데도 보지 못했든 알고도 넘어갔든 모두 문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응용 감독의 노기는 오재영이 실제로 부정 투구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흠집이 나지 않으면 괜찮다'는 심판의 생각과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오재영의 버릇이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시기에야 김 감독의 문제 제기로 인해 발견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감독은 "심판이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규칙 위반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김응용 감독님의 어필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행동이다. 나도 예전에 외국인 투수 중에서 실제로 의도를 갖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이후에 의심이 되면 유심히 지켜본다. 규칙은 잘 치켜지고 경기는 깨끗하게 해야한다. 물론 (오)재영이는 습관이었다. 향후 고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