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37·두산)이 유쾌하게 웃었다. 좋은 일이 있어도 자신을 낮출 줄 알았다. 홍성흔은 3일 현재 199개의 아치를 기록중이다. 1개만 더하면 1995년 데뷔 이후 통산 200홈런 고지에 오른다. 두산 구단 측은 '캡틴'의 의미 있는 기록을 기념하게 위해 금이 섞인 트로피를 준비 중이다.
프로야구에서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역대 19명 뿐이다. 이만수 현 SK 감독은 삼성 포수이던 1991년 9월17일 대구 해태전에서 최초 200개째의 아치를 그렸다. 이후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2001년 6월21일 대구 한화전에서 프로야구 최연소, 최소 경기로 200홈런을 달성했다.
우천으로 KIA전이 순연된 지난 2일 광주에서 만난 홍성흔에게 "조만간 200홈런 기록 보유자가 되겠다. 구단이 고가의 트로피를 준비하고 있다"고 칭찬 하자, 그는 멋쩍은 듯 손사레를 쳤다. 이어 홍성흔은 "야구를 오래하다보니 나오는 기록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앞으로 1개만 홈런을 더하면 '200홈런-200병살 클럽'에 가입한다. 올해 210개의 병살을 쳤다. 그동안 팬들이 저 때문에 울고 웃으셨을 것 같다. 홈런과 병살을 번갈아 치니 칭찬도 못하겠고 야단도 치기 애매하셨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데뷔 16년 차인 홍성흔은 또 한명의 '기록 박물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가시권에 들어온 200개의 홈런과 함께 2000안타-2000경기 출장도 향후 2년 안에 달성할 수 있다. 홍성흔은 2일까지 1933개의 안타를 쳤다. 내년 시즌 70개의 안타만 추가해도 충분히 완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프로야구에서 2000안타를 기록한 타자는 양준혁(당시 삼성)-전준호(히어로즈)-장성호(한화)까지 3명 뿐이다.
2000경기는 전준호(히어로즈)-김민재(한화)-김동수(히어로즈)-양준혁(삼성)-박경완(SK)-이숭용(넥센)-장성호(롯데)까지 역대 7명의 선수만 달성한 진기록이다. 2일까지 1824차례 경기에 나선 그는 "사실 홈런보다 욕심이 나는 건 2000안타와 2000경기 출장이다. 산술적으로 안타는 내년, 2000경기 출장은 2016년 께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나이 들어서 기록을 세운다는 건 다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 야구 실력보다는 '늙어서 야구 못한다'는 말을 듣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선수 혼자만 돋보이는 '한방'보다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기록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있는 듯했다.
하루 이틀 야구 하지 않았다. 기록 자체보다는 매 경기 한 개의 안타를 더 치는데 몰두한다. 홍성흔은 "점차 세울 수 있는 기록들이 늘어가지만 꼭 이루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착실하게 몸 관리를 해서 주어진 경기를 성실하게 소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