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후반기 반등 요인 중 하나는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다. LG 구원투수진은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강한 뒷심을 자랑하고 있다. 불펜 투수들의 신무기 장착이 큰 역할을 했다. 우완 유원상(28)과 임정우(23)는 스플리터, 좌완 신재웅(32)은 슬라이더가 손에 익으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LG 불펜은 후반기 30경기에서 8승2패 14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과 홀드와 세이브 모두 9개 구단 중 1위이다.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LG 불펜은 4월까지 24경기에서 4승7패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양상문 감독 부임 후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불펜진이 안정을 찾았다. 여기에 강상수(43) LG 투수코치의 주문으로 장착한 신무기가 불펜진의 위력을 더하고 있다.
우천 연기된 3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강상수 코치는 "구종이 단조로운 투수들에게 어떤 구종을 추가하면 좋을까를 생각했다"며 "유원상과 임정우, 신재웅에게 구종 추가를 제안했다. 유원상과 임정우는 스플리터가 좋을 것 같았다. 신재웅은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두 개를 훈련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수가 뭐가 부족한지 생각하자. 어떤 걸 추가하면 좋아질지 생각하자. 항상 고민하자'는 마음으로 수첩에 선수별로 메모를 해놓았다. 세 투수의 구종 추가는 고민의 산물"이라며 웃었다.
강 코치에 따르면 유원상은 한화 시절부터 포크볼을 구사했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다고 한다. 유원상은 대표적인 '투 피치 투수'로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진다. 강 코치는 유원상이 불펜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스플리터를 제안했다. 강 코치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유원상은 스플리터를 구사하면서 한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 코치는 "스플리터는 포크볼에 비해 손가락을 조금 덜 벌리고 던진다. 때문에 팔꿈치에 무리가 덜 간다"며 "그래도 부상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일이다. 트레이닝 코치들에게 유원상의 팔꿈치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본인도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5선발에 이어 추격조를 맡고 있는 임정우 역시 스플리터를 추가해 재미를 보고 있다. 강 코치는 "임정우는 훌륭한 커브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 타자 역시 임정우의 주무기를 알고 있다.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임정우는 "던지는 과정에서 공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고민하던 강 코치는 다른 그립을 제안했다. 잡는 모양은 같지만, 걸치는 실밥의 위치를 다르게 했다. 그러자 안정적으로 공을 뿌리게 됐다.
강 코치가 꼽은 가장 큰 수확은 신재웅의 슬라이더 장착이다. "신재웅은 오로지 직구뿐이었다"는 강 코치는 "변화구 1~2개를 자신있게 던지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제안했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제구에 애를 먹었지만, 요즘 신재웅의 슬라이더가 가장 좋다. 본인도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신재웅은 올 시즌 44경기에서 7승2패 5홀드 평균자책점 3.67로 활약 중이다. 불펜 필승조의 유일한 왼손 자원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강 코치는 "올해 우리 불펜진에서는 신재웅의 활약이 관건이었다"며 "처음에는 슬라이더 구속이 시속 120㎞대 중반에 그쳤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130㎞대로 올라오면서 위력을 갖췄다. 남은 경기에서도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