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는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을 자기의 무대로 만들었다. 한국은 이명주의 활약을 앞세워 베네수엘라를 3-1로 이겼다.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해 최근 A매치에서 1무 4패의 부진도 끊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에 올라 있는 베네수엘라를 꺾으며 브라질 월드컵 참패의 상처도 씻어냈다. 부천에 모인 3만 4456명의 관중도 A대표팀에 박수를 보냈다.
9월 두 차례 평가전에서 팀을 이끄는 신태용 코치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성남 일화(현 성남FC) 감독 시절 보여주던 신나는 공격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했다. 이명주의 전진배치가 주효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이명주는 베네수엘라 진형을 헤집고 다니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날 한국은 골키퍼 김진현(24·세레소 오사카)의 실수로 선제골을 헌납했다. 골킥이 상대 공격수 마리오 론돈(28·나시오날)에게 그대로 연결됐다. 론돈은 김진현의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명주와 손흥민(22·레버쿠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이명주는 전반 2분 이청용(26·볼턴)에게 절묘한 침투패스를 넣으며 발끝의 감각을 다듬었다. 차두리(34·서울)와 2대1 패스를 연결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2선에서 패스에 집중하던 이명주는 33분 찾아온 슈팅기회는 직접 마무리했다. 이청용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에 맞고 자신의 앞으로 흐르자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로 감아차 동점골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7분 100번째 경기에 나선 이동국(35·전북)이 코너킥에서 역전골까지 꽂으며 앞서갔다. 쐐기골은 이명주의 압박에서 시작됐다. 이명주는 후반 18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공을 빼앗아 바로 크로스를 연결했다. 이 공이 수비를 맞고 흘렀고 이동국이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꽂았다.
10번째 A매치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킨 이명주는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명주는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다. 박종우(25·광저우 부리)와 한국영(24·카타르SC)에 밀렸다. 여기에 지난달 발표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들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합류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명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명주는 "내 역할을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며 담담하게 대표팀 소집에 임했다. 그리고 월드컵 참패 이후 치른 첫 A매치에서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