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에게 '왜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못하냐'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에게 영어로 뭔가 물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시선을 피하기 일쑤다.
오바마가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한 마디 한 일은 기사 수십 건을 만들었다. 짐 캐리가 영화 '예스맨'에서 한국어를 배워, 건물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보고 '누가 자살하려고 한대요'라고 한국어로 말할 때 우리가 느낀 감정은 짐 캐리의 배역인 칼 알렌이 열심히 사는 데 대한 동경은 아니었다. 미국 사람이 한국어를 '배워줬다는' 고마움이나 짐 캐리는 가졌을 지 알 수 없는 우리의 동질감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사실 짐 캐리의 발음은 자막 없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할린데예'는 그래서 등장과 동시에 열광적인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 구사할 뿐 아니라 무려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를 사용했다. 외국인이지만 가장 한국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한국에 정착했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세 아들까지 두었다.
이참은 교양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귀화해 스스로 독일 이 씨의 시조가 되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제5공화국' 등 백인 남성이 필요한 역할 대부분을 독차지했다. 성추문 논란으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방송인으로, 기업인으로, 정치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다도시는 프랑스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와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고, 특유의 프랑스어 억양이 섞인 한국어를 구사하며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1999년,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에 중국인 보쳉과 이탈리아인 브루노 두 사람이 등장해 한국 국토 순례에 나섰다. 한국인도 쉽지 않은 국토 순례에 외국인이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해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현재 보쳉은 중국에서 성공적인 기업가로 자리잡았고, 브루노는 이탈리아의 배우로 성장했다.
2006년, '미녀들의 수다'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방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 미녀들을 패널로 출연시켰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일화나 자국 문화를 소개했다. 이 방송을 통해 이탈리아의 크리스티나, 중국의 손요, 핀란드의 따루, 영국의 에바 등 많은 외국인들을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했다. 이 방송은 2010년 폐지되었지만 일본의 사유리는 지금도 고정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샘 해밍턴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한국의 군대 문화와 외국인이 삐걱거리며 섞여드는 모습으로 연일 화제를 만들었다. 함께 출연했던 김수로나 서경석, 류수영, 손진영, 미르 등은 아무리 능숙해도, 아무리 미숙해도 샘이 될 수는 없었다. 샘은 외국인의 예능 출연 효과를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이후 '나혼자 산다'에 프랑스인 파비앙이 잘 생긴 외모와 태권도를 앞세워 이름을 날렸고,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의 얼굴도 시청자의 눈에 익었다.
2014년, 이제 '비정상회담'에 이어 '헬로 이방인'이 정규편성된다. 바야흐로 예능의 외국인 전성시대를 맞았다. 외국인 100만 명 시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은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지만 그들은 아직 한국에 대해 할 말이 많고 우리는 그들에게 들을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