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10m 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정지혜(25·부산시청)의 사격 인생은 반전 드라마다.
정지혜는 20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서 201.3점을 쏴 장멍위안(중국 202.2점)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본선 2위로 결선에 오른 정지혜는 첫 탈락자가 나오는 8번째 발까지 7위에 그쳤지만, 한단계씩 올라가 2위를 기록했다. 정지혜는 원래 초등학교 때 단거리 육상 선수였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 후 아킬레스건을 다쳐 육상을 그만뒀다. 중학교 전학 후 운명처럼 사격에 입문했다. 고1 때 주니어 대표로 선발됐고, 실업 2년차인 2009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러나 2011년 대상포진과 만성근육통, 위경련이 겹쳐 그 해 운동을 그만뒀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1년2개월간 방황했다. 스포츠브랜드 매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 총을 내려놓기 아쉬웠다. 치료를 위해 병원과 한의원을 다녔다. 쉬는 시간을 '힐링 타임'으로 생각했다. 절치부심한 정지혜는 2012년 5월 서울시청이 입단해 다시 총을 잡았고, 복귀 2달 만에 2012년 6월 한화회장배 사격 단체전에서 비공식 세계신기록 작성에 힘을 보탰다. 그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기를 마친 정지혜와 인터뷰를 나눴다.
-값진 은메달 획득했다.
"너무 감격스럽다. 실감이 안 난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다음 시합 때 밑거름으로 삼겠다. 악바리처럼. 사실 정신이 없다(웃음)"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는데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다. 꿈같은 십몇일을 보냈다.
"사실 세계선수권에 다녀와서 굉장히 부담 많았다. 미디어데이 때 주목받지 못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선수권에서 갑자기 메달을 딴 뒤 즐기자는 마음으로 바꿨다."
-사격을 그만둔 적도 있다. 복귀까지 힘들었을텐데 돌아본다면.
"그 때 좌절도 많이 하고, 자학도 많이했다. 돌이켜보면 다행히 휴식기간이 힐링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정지혜 인생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다. 앞으로 포부는.
"앞으로는 조금 더 큰 상황에서도 총을 잘 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런 경험 바탕으로 훈련을 열심히해서 다음 시합 준비하겠다"
-단체전이 4위로 끝난 뒤 결과가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결선을 준비하면서 어떤식으로 마음을 추스렸나.
"단체전은 좀 아쉽긴 했지만 후회는 없다. 결선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부모님과 사격을 처음 시작하게 해준 은사님, 소속팀 감독님, 우리 코코(애완견)이 생각한다. 너무 많은데 흥분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마음으로 메달을 바라볼것인가.
"집에가 가서 메달 보면 울거 같다. 메달을 보면서 더 잘하겠다고 마음 먹겠다. 다음 시합만 생각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