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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야구] ‘AG 금메달리스트’ 황재균 어머니 “전교 1등 재균이, 처음엔 운동 반대”



황재균(27·롯데)에게 태극마크의 의미는 남다르다. 어머니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 설민경(54)씨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테니스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황재균과 설씨는 모자(母子)가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첫 주인공이 됐다. 당시 설씨는 테니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재균이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모자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게 된다.

설씨는 아들 황재균이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머니가 아닌 국가대표 선배로서 조언을 줄 법했지만, 설씨는 그저 조용히 아들을 지켜봤다.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설씨는 아들의 국가대표 발탁날을 회상하면서 "어쩌죠. 또 눈물이 나네요"라며 울먹였다.


- 야구 대표팀 경기는 보고 있는가.

"평소에도 아들의 경기를 잘 챙겨보지 않는다. 이상하게 내가 보면 지는 날이 많더라. 징크스가 될 것 같아서 가급적 보지 않는다. (롯데의 홈인) 사직구장도 일년에 1~2차례 찾을 뿐이다. 너무 신경을 쓰면 부담을 줄 것 같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님께서 처음에 아이에게 1번타자를 맡기겠다는 뉴스를 접하고 걱정이 됐다. (황)재균이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이 많이 여리다. 실수를 하거나 못하면 흔들릴까봐 염려가 됐다."


황재균 어머니 설민경씨는 아들의 경기를 시청하느냐는 질문에 “이상하게 내가 보면 지는 날이 많더라. 징크스가 될 것 같아서 가급적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덕분(?)인지 황재균은 홍콩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25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조별예선 홍콩전에서 3루타를 치는 황재균. 사진=김진경 기자
황재균 어머니 설민경씨는 아들의 경기를 시청하느냐는 질문에 “이상하게 내가 보면 지는 날이 많더라. 징크스가 될 것 같아서 가급적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덕분(?)인지 황재균은 홍콩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25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조별예선 홍콩전에서 3루타를 치는 황재균.

사진=김진경 기자


-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고 나서 눈물을 보였다고 들었다.

"마음을 많이 졸이고 있었다. (황)재균이가 많은 노력과 고생을 한 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욱 간절했다. (설씨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도 눈물을 훔쳤다.)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엔트리 발표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잘 알고 있다. 당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엔트리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 기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나더라."


-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테니스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중학교 시절 고향인 안성에서 정구를 시작했다. 이후 테니스로 전향해 국가대표에 뽑혔다. 정구에서 테니스로 바꾸는 과정에서 남편(황정곤·54)의 도움을 받았다. 이전부터 친구로 지내왔는데, 테니스를 함께 치면서 지금까지 살게 됐다.(웃음)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지금도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 86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고, 회사(농협중앙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황재균의 부모는 나란히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어머니 설민경씨는 정구에서 테니스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며 “테니스를 함께 치면서 지금까지 살게 됐다” 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김민규 기자
황재균의 부모는 나란히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어머니 설민경씨는 정구에서 테니스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며 “테니스를 함께 치면서 지금까지 살게 됐다” 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김민규 기자


-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모자 국가대표' 선수는 없던 걸로 확인됐다. 금메달리스트 역시 없다.

"몰랐던 사실이다. 한 집안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국가대표가 된다는 건 나라를 위한 일 아닌가. 집에서 운동을 하는 유일한 아이가 재균이인데, 내 뒤를 이어 국가대표를 달았다는 것이 기쁘다.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만큼 꼭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재균이 스스로 각오도 남다르더라."

황재균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어머니 설민경씨와 함께 국내 최초 ‘모자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사진은 설민경씨가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테니스복식에서 딴 금메달과 각종 대회 트로피. 사진=김민규 기자
황재균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어머니 설민경씨와 함께 국내 최초 ‘모자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사진은 설민경씨가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테니스복식에서 딴 금메달과 각종 대회 트로피.


사진=김민규 기자


- 황재균은 프로야구에서 '철인'으로 통한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 연속 경기 출장 기록(현재 440경기)을 세우고 있다.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는 운동을 하는 걸 정말 반대했다. 재균이는 초등학교(사당초) 시절 전교 1등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애 아버지가 운동을 시키겠다고 하더라. 이전부터 조짐은 보였다. 남편은 재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테니스를 가르쳤다. 그것도 매우 혹독하게. 아들이 운동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운동이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공부를 시키려고 했다. 계속 만류했지만, 말릴 수 없었다."

황재균의 어린 시절 가족사진. 황재균은 초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할 정도의 수재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운동을 하길 원했고, 어머니는 만류했지만 결국 끝까지 말릴 수는 없었다.


- 체력을 타고 났다고 봐야 하나.

"유전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남편이 재균이의 훈련 스케줄을 직접 짜서 시켰다. 어린 시절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며 중학교 때부터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 운동을 시켰다. 아이도 군말없이 운동을 열심히 했다. 아버지가 워낙 엄하고 무서우니까.(웃음) 지금도 비시즌이 되면 남편은 재균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파악하고 개인 운동을 권유한다. 지난 시즌에는 순발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육상 선수 출신의 지인에게 순발력 훈련을 부탁하더라.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서 못한 걸로 안다."

2008년 청룡기에 출전한 고등학생 시절 황재균. 황재균은 선수 출신 아버지의 밑에서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황재균의 아버지는 지금도 비시즌이 되면 부족한 점을 파악해 운동은 권한다고.


-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한다는 건 축복인데, 황재균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올해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황재균은 7월11일 대구 삼성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찰과상을 입었다)

"나도 정말 깜짝 놀랐다. 아까 이야기했지만 아들 경기를 가급적 보지 않기 때문에 당시에도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와 메시지가 엄청 오더라. '재균이가 큰 부상을 당한 것 같은데 뭐하고 있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놀라서 TV를 보고, 연락을 했다. 다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했다."

황재균은 지난 7월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위험한 슬라이딩을 하다가 부상을 입을 뻔했다. 미국 스포츠웹진 블리처리포트가 이 소식을 전하며 ‘역대 최악의 슬라이딩’이라고 할 정도였다. 사진=KBS 스포츠 캡쳐
황재균은 지난 7월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위험한 슬라이딩을 하다가 부상을 입을 뻔했다. 미국 스포츠웹진 블리처리포트가 이 소식을 전하며 ‘역대 최악의 슬라이딩’이라고 할 정도였다.

사진=KBS 스포츠 캡쳐


- 선수가 아닌 아들 황재균의 평소 생활은 어떤가.

"어린 시절에는 남편이 엄하게 키웠다. 프로 입단 첫 해까지 통금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프로에 들어가고 나서 내가 '이제 직업 선수가 됐는데 그만 좀 풀어주라'고 해서 통금이 풀렸다. 학창시절에는 무조건 밤 10시면 집에 들어와야 했다. 늦으면 엄청 혼났다. 사실 넥센에서 롯데로 이적할 때 걱정을 조금 했다. 집에서만 생활하던 아이가 혼자 지방에 내려가야 하니 어느 부모가 걱정을 하지 않겠나. 그런데 잘 적응하고 지내더라. 가끔 반찬 보내달라고 투정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보면 아직 애 같다.(웃음)"


- 황재균의 평소 생활에 대해 주변의 오해가 많았다.

"알고 있다.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나도 접했다. 재균이는 술과 담배를 안한다. 대신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하더라. 하루는 새벽 1시가 넘어서도 들어오지 않는 거다. '뭐 그리 할 말이 많냐'고 하니 자기는 지인들과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더라. 재균이 본인도 자신이 그런 이미지로 된 것에 대해 많이 속상해했다. 눈물을 보일 때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이미지는 스스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올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는 것 같다."


- 국가대표 후배이자 아들에 대해 조언을 부탁한다.

"사랑하는 아들. 올해 아시안게임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잖아. 이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태극마크를 단 만큼 책임감있는 모습으로 열심히 뛰어주길 바랄게. 몸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하렴. 파이팅!"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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