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은 모두에게 마음 속 한 편에 자리잡은 아련한 추억일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도, 또 한 번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소중하다. 그런 학창시절을 방송인 오상진(34)은 두 번이나 경험했다. 최근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천외고 편에 출연하며 18년 전으로 타임슬립해 고등학교 1학년생과 함께 학교 생활을 했다. 정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고, 학교에서 열린 반 대항 퀴즈쇼에도 반 대표로 나갔다. 오상진에겐 잊었던 자신의 어린 모습을 되돌아보고, 요즘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꿈 같은 시간이었다.
관찰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평소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도 얻었다. 그동안 예능 MC를 하면서도 웃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오상진. 이번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시험 준비를 하고, 하나라도 더 문제를 정확하게 풀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전형적인 '모범생 끝판왕'이었다.
학교 생활을 마친지 한 달이 지난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 일식집에서 오상진을 만났다. 인천외고 교복을 벗고, 편안한 사복을 입고 나왔다. 감기에 걸렸다며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한 두 잔씩 사케를 마시며 또 한 번 경험한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에 사귄 아이들과 SNS을 통해 연락을 하고 있다. 급우들과 지내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오상진은 연기 활동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요즘엔 연기 준비를 한다고 들었어요.
"논의 중인 작품이 있어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요."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이잖아요. 연기를 계속 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재밌어요. 배울 것도 많고, 새로운 경험도 해볼 수 있고 재밌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공부를 할 때도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고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다음이 궁금하고, 책을 보다보면 더 읽고 싶고 궁금해서 공부를 한 케이스였거든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SBS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연기를 처음 해봤는데 뭔가 이 분야에 호기심이 생기고, 더 알고 싶어졌어요."
-연기를 진지하게 계속 할 계획이라는 말로 들리네요.
"그렇게 거창하게 표현하기엔 이제 겨우 시작한 단계예요. 간단히 말하면, 지금은 연기를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별에서 온 그대' 때는 워낙 단편적인 캐릭터라 다른 작품에서 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예계가 아주 냉혹한 세계잖아요. 개인적으로 하고 싶고 노력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연기자로서 제 쓰임새가 별로라면 아무도 저를 캐스팅하지 않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기회도 없을테고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니깐, 아직은 연기 분야로 제안이 들어오면 감사하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대박이 났는데, 그 효과를 함께 봤나요.
"아니요. 얼마 전에 광저우에 갔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한인 타운에 갔더니 거기서 한국 분들이 알아보셨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요즘 오디션도 보러 다닌다던데요. 오디션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뭔가요.
"왜 연기를 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은 안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실제 성격이 어떻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또 아나운서 출신이다 보니깐 발음이 어느 정도 좋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감독님들은 발음이 너무 정확해도 연기할 때 몰입이 안된다고 좀 뭉개서 발음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별에서 온 그대'를 찍을 때도 그 얘기를 들었어요. 다행히 전 아나운서 치고는 발음이 좋은 편은 아니라 뭉개서 발음하라고 했을 때 오히려 좋았죠."
-프리랜서로 활동한지 2년 정도 됐어요. 스스로 평가를 해본다면.
"아직은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행복하고 좋은 기분으로 일어나거든요. 결과적으로 인생은 행복해지려고 사는거잖아요. 그런데 프리랜서하고 현재 제 삶이 행복하니깐요.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 하고 너무 불규칙적인 삶을 살까봐 걱정을 했는데 최근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페이스를 잃지 않고 나름 규칙적으로 잘 살고 있어요.(웃음)"
-올해가 가기 전에 목표가 있다면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영화 오디션을 볼 용의도 있어요. 1000만 배우 이런 게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 어떤 기분일까 뭐 그런 생각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시체 역이나 지나가는 행인 역이라도 좋으니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장가도 가야할 것 같아요."
-만나는 분이라도.
"아니요. 교제하는 분은 없지만, 이제 제가 끝물인 것 같아요. 집에서 결혼에 대한 압박을 주는 것도 아니고, 외로운 것도 아닌데 결국에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야하잖아요. 어차피 할 결혼인데 더 이상은 미루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마흔살 전엔 애를 낳아야할 것 같아요. 내년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내후년엔 결혼하고 싶어요. 이상형은 딱히 없어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가치관과 바라보는 관점, 인식의 수준이 비슷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살면서 소통은 되지 않을까요. 스무살 때는 외모가 제일 중요했다면, 이젠 그럴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도 말해주세요.
"어떤 특정 영역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특정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그냥 좋아하는 일하면서 저만의 존재감을 만들고 싶어요. 그동안은 욕심도 많이 없어서 프로그램이 잘되는 게 중요하지 제가 잘되는 게 중요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이젠 저를 위해서라도 좀 욕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