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31)의 솔직한 우승 소감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 뒤 "후련하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꽤 다르다. 팀내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어 온 그는 힘들게 일궈낸 환희의 순간, 가장 기뻐했다.
삼성은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78승3무46패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선수들을 대표하는 주장은 외롭고 힘든 자리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하며 팀 전체가 합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팀 성적이 나빠지면 선후배들에게 쓴소리도 해야한다. 또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때문에 일부 구단에서 유니폼 상의에 캡틴(captain·주장)의 이니셜인 'C'를 부착한다. 그만큼 주장의 무게감을 반영한다.
최형우는 지난해부터 팀의 주장을 맡았다. 강봉규(2011년)-진갑용(2012년)에 이어 주장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지난해 팀의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역시 주장 임무를 소화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근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슬럼프를 맞았다. 2위 넥센과의 승차는 점점 좁혀졌고, 우승 매직넘버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최형우는 "'안 쫓긴다' '괜찮다'고 했지만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특히 "거의 마지막까지 우승을 확정짓지 못하다보니 오늘(15일) 야구장으로 오는 길에는 긴장감이 많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삼성은 역대 첫 4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그는 "이전과는 우승 기쁨이 조금 달랐다. 이전에는 홈에서 우승한 적이 없지 않나"라면서 "원정에선 우승할 때 달려나갈까 망설였는데 오늘은 무조건 뛰어나가자고 선수들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스스로를 자책했다. 최형우는 "우리가 빨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보통 컨디션만 유지했어도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타율 0.356-31홈런-100타점으로 마감하며 4번타자로서 맹활약했다. 지난 7월 왼쪽 갈비뼈 미세 골절 진단을 받고선 조기 복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팀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다.
'팀 삼성'의 일원이자 주장으로 느끼는 자부심은 상당하다. 최형우는 "우리 정말 대단하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