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공하는 드라마의 키워드 중 하나는 '막장'이다. 드라마 속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오기도 하고, 뜬금없이 말풍선 등장해 시청자를 당황시킨다. 여기에 얽혀 있는 인간관계와 배 다른 형제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순도 100%의 막장 드라마가 완성된다.
욕 좀 먹으면 어떤가, 이런 '막장'이 요즘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도 마찬가지다. '왔다 장보리'는 연민정(이유리)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패륜과 악행을 일삼으며 '막장'의 경계를 오갔다. 하지만 드라마 평가와 별개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과연 역대 최고의 막장 드라마는 무엇일까. 이번 주 '만인의 선택'에서는 시청자를 당황시킨 막장 드라마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고, 결과는 톱5까지 공개한다. 투표는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www.tillionpanel.com)에서 진행했다.
①SBS '아내의 유혹' 33.1% (3313명)
'왔다 장보리'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 설정은 흥미로웠다. 죽은 줄 알았던 조강지처 장서희(구은재)가 살아서 돌아와 자신을 버린 남편 변우민(정교빈)과 친구 김서형(신애리)에게 복수한다는 건 주부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문제는 그 이후. 복수를 위해 장서희가 눈 밑에 점을 찍었고, 남편 변우민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당황스러운 이 설정은 여러 코미디에서 패러디되며 많은 뒷이야기를 낳았다. 불륜과 복수,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가 갖춰야하는 모든 걸 그려낸 희대의 드라마.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화제성은 최고였다.
②MBC '오로라 공주' 29.7% (2972명)
'막장 드라마의 끝판왕' 임성한 작가가 집필했다. 주·조연 연기자들이 드라마 속에서 연이어 사망하는 촌극이 벌어지며 개연성 없는 전개로 원성을 샀다. 심지어 애완견까지 죽이며 '누가 다음회에 사라질까'에 대한 어이없는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오창석(황마마)은 전소민(오로라)과 이별한 후 갑자기 '스님이 되겠다'고 출가를 선언하고, 동성애자인 송원근(나타샤)은 108배를 하고 성정체성을 바꾸는 등 말도 안 되는 황당 설정이 줄을 이었다. 혈액암 4기에 걸린 서하준(설설희)이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말하는 순간에는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놨다. '막장'의 모든 것을 담아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었다.
③KBS '왕가네 식구들' 11.3% (1131명)
'막장 작가계' 맏언니 문영남 작가의 작품. 겉으로는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장에 가깝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이름부터가 웃긴다. 왕수박·호박·광박·대박·고민중·허세달 등 일상에서 보기 힘든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 아이들의 이름도 애지·중지·신통·방통. 이게 드라마인지 만화책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과 설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납치 자작극에 며느리 오디션까지 심지어 만취해 잠든 아내와 성관계 후 임신을 하게 하는 장면까지 나와 '이게 가족 드라마가 맞나'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무엇보다 줄곧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던 캐릭터와 내용을 마지막회에 모두 해피엔딩으로 그려 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④SBS '신기생뎐' 7.3% (734명)
임성한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었던 희대의 드라마. 최고급 기생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들게 하더니 주요 인물들을 둘러싼 막장 전개로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할머니 귀신·장군 귀신·동자 귀신이 등장하며 온갖 논란과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혁(아수라)은 갑자기 등장한 할머니 귀신에 빙의돼 라면과 탄산음료를 먹어댔고, 백옥담(단공주)은 손자의 복근을 본 후 빨래판과 비슷하다며 꿈속에서 실제 복근에 빨래를 하기도 했다. 워낙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많아서 방송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른 결정사항을 고지하기에 이르렀다.
⑤SBS '하늘이시여' 7% (700명)
제목 그대로 드라마를 보다가 '하늘이시여!'를 외치게 만든 작품.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친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인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뒷말을 낳았다. 한때 일본의 렌저 미키히코의 단편소설 '어머니의 편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어나 임성한 작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팬들의 이름을 드라마 속 출연자들의 친구로 언급하며 '특별한 팬서비스'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숙(소피아)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 갑자기 죽게 만드는 등 말도 안 되는 내용 전개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