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승기 “승부차기 실축, 리그 우승으로 만회”



"저 때문에 한 대회(FA컵) 우승 놓쳤으니 리그 우승으로 만회해야죠."

전북 현대 공격수 이승기(26)는 1주일 전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한스럽다. 15일 전주에서 벌어진 전북과 성남FC의 FA컵 준결승. 전·후반 연장에서도 득점이 나지 않아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 팀 모두 4명의 키커가 골을 성공시켰고 전북의 5번째 키커 이승기 차례가 왔다. 그가 심호흡을 가다듬고 찬 볼은 골대 위를 넘어갔다. 이승기는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성남의 마지막 키커 박진포의 슛이 그물을 가르며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리그 선두 전북이 10위 성남에게 안방에서 무릎을 꿇었다. 전북의 '더블 꿈'(정규리그와 FA컵 2관왕)을 무산시킨 이승기는 종료휘슬이 울린 뒤에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28일 전화인터뷰에서 "제 딴에는 자신있게 찬다고 찼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박진포의 골이 들어가는 순간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멍했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금방 털고 일어났다. "신경쓰지 말고 리그 우승에만 집중하라"는 전북 최강희 감독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전북은 지난 26일 2위 수원 삼성과 정규리그 33라운드에서 1-0으로 이겼다. 이승기도 출전해 힘을 보탰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앞으로 상위그룹 6개팀이 스플릿라운드를 펼치는데 전북은 첫 판에서 FC서울을 만났다. 11월1일 수원이 울산 현대에 패하고 다음 날인 2일 전북이 서울을 잡으면 우승이 확정된다. 이승기는 "그렇게 시나리오대로만 되면 좋지만 일단 우리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 갚아야 할 빚도 있다. 전북은 8월23일 3만 명이 넘는 홈 관중 앞에서 서울에 1-2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당시 이승기는 후반 초반 리턴패스를 실수해 볼을 가로채기 당했고 곧바로 첫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 때 실수를 잊지 않고 있다. 서울은 무조건 이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승기는 올 시즌 후 상주상무에 입대한다. 작년에 전북으로 이적해 아직 정상에 서 본 경험이 없는 그는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떠나겠다는 각오다. "저 때문에 한 대회 우승을 놓쳤으니 우승으로 만회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승기는 도움왕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승기는 현재 8개로 도움 2위다. 1위 이명주(알 아인)와 1개 차다. 이명주는 올 여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이적했는데 여전히 1위다. 이승기를 포함한 다른 공격수들에게는 사실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다. 이승기는 "명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낀다"면서도 "찬스가 오면 꼭 도움을 추가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승기는 지금까지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한교원에게 2개씩 그리고 이재성과 카이오에게 1개씩 도움을 줬다. 아쉽게도 이동국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승기는 "동국이 형 빈자리가 크지만 레오나르도와 교원이도 좋은 공격수다. 좋은 호흡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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