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이 수현재씨어터의 수장을 맡고, 공연 제작에 뛰어든지 약 1년이 됐다. 수현재씨어터를 설립하면서 40~50대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대학로를 '어른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는 이미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현재씨어터 개관작으로 선보인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시작으로 '미스 프랑스', '황금연못'이 줄줄이 흥행기록을 세웠다. 또한, 10~30대가 즐비했던 대학로 공연장에 40대 이상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재현은 11일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열린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제작발표회에서 "대학로가 그동안 10~20대의 노는 문화로 자리잡혀있었다. 40대 이상 관객들이 대학로를 찾고 공연을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매번 공연을 하면서 40대 이상 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놀라워하고 있다"며 "계속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고, 공연을 안 봤던 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시는 데 큰 의의를 둔다. 중장년층을 마니아층으로 상대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조재현은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경우 30대 이상 관람객이 많았다. '미스 프랑스'의 경우 김성령씨가 출연하면서 40대 남성분들이 많이 보러왔다. '황금연못'은 50~60대 관객이 많았다. 좋은 공연의 경우 젊은 관객이 보고 자신의 부모에게 추천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재현은 성숙한 관람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조재현은 "공연을 하다보면 끝날 무렵에 전화벨이 많이 울린다. 공연을 예매해준 며느리나 딸에게 온 전화다. 사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은 대부분 조용하고, 중요한 장면이 있을 때가 많은데 전화벨을 울리면 난감하다"며 "공연 전 에티켓과 관련해 안내 멘트를 드리고 있다.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성숙한 관객 문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극계 활성화를 위한 조재현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또 한 번 제작자이자 연극배우로서 새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남자 주인공 안중기 역을 맡았다. KBS '정도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광기, 임호 등도 함께한다. 이광기는 조재현에 대해 "배우로서 매우 훌륭하다. 촬영장에서 조재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 제작자로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작품을 배우에게 내미는데 안 할 사람이 어디겠냐. 연극계가 발전하는데 그 시작이 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들레 바람되어'는 살아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대화라는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다. 부부의 삶과 사랑,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진한 감동을 전한다. 2008년 초연시 창작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전회 매진됐으며,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12월 12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공연이 진행된다. 김연지 기자 yjki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