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첫 방송된 JTBC 월화극 '유나의 거리'는 요즘 흔하지 않은 50부작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지난 11일 호평 속에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684(닐슨코리아·유료방송가구시청률). 남자주인공 창만 역을 맡은 이희준은 "이 작품을 행여나 못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창만이의 땀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고 털어내기도 한참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앞서 스타작가 김수현은 개인홈페이지에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시작이 나는 찬탄스럽고 진정으로 부럽다. ('유나의 거리'를 집필 중인 김운경 작가와) 동업자인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왜 '유나의 거리'는 비평을 비켜간 '착한 드라마'가 됐을까.
▶막장코드 배제한 담백한 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전직 소매치기범인 김옥빈(강유나)을 중심으로 직업·성별·성격까지 천차만별인 개성 만점 다세대주택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문식(한만복)·안내상(봉달호)·김희정(홍여사)·오나라(박양순) 등 '명불허전' 감초 연기자들이 탄탄하게 줄거리의 뼈대를 잡았다. 이중 눈살을 찌푸리는 캐릭터가 없었다. 윤다훈(정사장)이 서유정(김미선)의 내연남으로 등장했지만 작가는 이를 무겁게 풀어내지 않고, 윤다훈 특유의 개그 코드로 캐릭터를 해석해냈다.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소매치기'라는 소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내는 장치로 절묘하게 이용했다. 김수현 작가는 앞서 '억지로 웃기려고 나대지도 않고, 그렇게 쓰지도 않는데, 한 마디씩 오가는 말들이 정말 맛있게 재미있어 나를 웃게 만들어준다'며 '웃으면서 짠하게 하는 그의 깊고 품위있는 작품(유나의 거리)이 요즘 이 노인의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유나의 거리'는 자극적인 소재가 거의 없는 담백한 드라마였다. 요즘 드라마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이나 악녀, 기억 상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롯한 막장장치가 최대한 배제됐다.
▶감독과 작가의 탄탄한 호흡
MBC '짝패'(2011) 이후 3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임태우 PD와 김운경 작가의 '케미'도 윤활유 역할을 해줬다. 특히 김운경 작가의 섬세함이 대단하다. 김 작가는 앞서 '한지붕 세가족'(1988), '파랑새는 있다'(1997) 등에서 소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특히 한석규가 제비족으로 출연한 '서울의 달'(1994)에서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로 최소 시청률 48.7%라는 대박을 쳤다. 임태우 PD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웃음과 해학을 찾아낼 줄 아는 분"이라며 "작가님의 의심할 바 없는 필력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크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최근 봇물을 이루는 판에 박힌 드라마 소재와 다른 내용, 그리고 감독과 작가의 '합'이 시청자들의 눈을 정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