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에 있던 MBC 주말극을 드라마 '마마'로 부활시킨 문정희가 모처럼 충무로에서 평단의 평가를 받는다. 13일 개봉한 '카트'에선 비정규직 마트 여직원 혜미, 20일 개봉을 앞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10년째 백수 생활을 하는 남편(김상경)을 대신해 미용사로 일하는 지수 역을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촬영 시기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가 지난해 8월부터 11월, '카트'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촬영이 진행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개봉일이 비슷한 시기에 겹쳤다.
두 작품은 11월에 개봉하는 작품 중 웰메이드 영화로 손꼽힌다. 우선 '카트'는 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34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이미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대작이 연이어 개봉하는 11월 극장가에서 이에 필적할 수 있는 충무로 영화 1순위로 손꼽힌 게 바로 '카트'다.
대부분 여성으로 이뤄진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작품.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로 회사의 일방적 해고 통보 앞에 무력했던 사람들이 파업을 통해 함께 일어서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사회에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문정희는 비정규직으로 마트에서 일하다 해고 통지를 받은 후 투쟁하는 혜미로 열연한다. 104분의 러닝타임 동안 실제 마트 직원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도 마찬가지다. 2013년 '올해 한 권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는 화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문정희는 평범하지만 사연 있는 김상경의 아내로 열연한다. 여러 작품을 통해 주부와 아내 캐릭터만큼은 자타공인 충무로에서 가장 맛깔스럽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 문정희는 '연가시'(12)에서 자식을 구하려는 억척스러운 어머니 경순, '숨바꼭질'(13)에선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으면서 집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주희 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33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진 않는 결과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연기력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빨리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배우인데, 나이에 비해 늦게 뜬 감이 없지 않다"며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여러 색깔을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이다. 과장되지 않는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