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멤버들이 11월 극장가 향방을 쥐고 있다. 춤과 노래로 무장한 아이돌들을 가요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연기'라는 제3의 무기를 지닌 아이돌들이 영화에서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주 만인의 선택에서는 이 부분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네티즌들에게 '11월 영화에 출연하는 아이돌, 누구의 연기가 가장 기대되나요?'라고 물었다. 투표는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www.tillionpanel.com)에서 진행했다. 다만 이번 주 설문에서는 정확히 1만명이 참여했던 것과 달리 1만1명이 의견을 내줬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①'카트' - 엑소 도경수 29.1% (2909명)
◇가요계 끝판왕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14)로 연기 맛을 봤고, 생애 첫 영화 '카트'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어마어마한 팬덤을 등에 지고 연기에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기돌'의 가장 좋은 예로 불릴 만큼 평가가 좋다. 극중 염정아의 아들이자 고등학생 태영 역을 맡은 그는 110분의 러닝 타임 동안 주연 못지않은 호흡을 보여준다. 평가도 좋다. 배우 김영애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했는지 감상하면서 안아주고 싶었다. 많이 놀랐다"고 말했고, 염정아 역시 "도경수가 아들이어서 행복했다. 처음 하는 연기를 참 잘해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②'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걸스데이 민아 22.6% (2265명)
◇'완이'(13)에 이은 생애 두 번째 영화. 극중 맡은 역할은 아빠를 원망하는 인디가수 보미. 보미는 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엄마로 인해 아빠를 원망하지만 아빠마저 돌아가시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아빠를 빌려드린다는 고지를 보고 단골 고객이 된다. 베테랑 배우 김상경과의 투 샷에서도 밀리지않는 존재감으로 영화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우리 아버지(친아버지)는 무뚝뚝한 편이다. 나에게 늘 아버지란 존재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조금은 먼 분처럼 느껴졌다"는 솔직한 대답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이에 딱 맞는 배역을 연기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③'패션왕' - f(x) 설리 18.9% (1892명)
◇말도 많고 탈도 있었지만 팬들의 기대감을 숨길 순 없었다. 아역배우 출신 아이돌답게 적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내공을 쌓았다. 올해 추석 대목에 개봉해 860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도 비중은 작았지만 흑묘 역을 맡아 흥행에 힘을 보탰다. '패션왕'은 기안84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설리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지만, 패션에는 관심이 없는 못난이 여학생 곽은진 역을 맡았다. 지난 7월 이후 f(x) 활동을 중단한 후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하며 적극성을 보였다. 덕분에 '패션왕'은 개봉 후 꾸준하게 박스오피스 2~3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16일까지 누적관객 53만9651명을 기록했다.
④'레디액션 청춘' - 포미닛 남지현 11.1% (1112명)
⑤'레디액션 청춘' - 슈퍼주니어 동해 10.6% (1059명)
⑥'레디액션 청춘' - FT아일랜드 송승현 7.6% (764명)
◇'레디액션 청춘'은 청춘을 주제로 한 네 편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옴니버스 영화. 지난 5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후 호평을 받았다. 충무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감독들과 아이들 스타가 의기투합해 눈길을 끈 다양성 영화이기도 하다. '소문'(슈퍼주니어 동해), '훈련소 가는 길'(남지현), '세상에 믿을 놈 없다'(FT아일랜드 송승현) 등 4편으로 구성됐다.
데뷔 후 첫 영화에 도전한 남지현은 두 번째 에피소드 '훈련소 가는 길'에서 남자친구를 훈련소에 보내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승아 역을 맡았다. 영화의 특성상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쉽지 않은 로드 무비 형식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언론시사회에서 "좋은 경험이었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동해는 첫 번째 에피소드인 '소문'에서 반듯한 이미지를 가진 전교 학생 회장 당선자 정우를 연기했다. 여자친구의 임신 루머를 듣고 난처해하는 캐릭터. 그는 "너무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교복을 입고 연기하는 거 였다"며 "청춘의 마지막 20대에서 (청춘을 그려낸 이번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만족스러워해 눈길을 끌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케이블채널 OCN '신의 퀴즈 시즌4'에 이어 연기에 다시 한 번 도전했다.
뮤지컬 '삼총사'에 출연해 연기력을 가다듬은 송승현도 이번 영화로 충무로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극중 세 명의 은행털이범 중 한 명인 이교수 역할을 맡았다. 연기와 액션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캐릭터로 긴박한 호흡이 인상적인 긴장감 넘치는 연기가 백미다. 송승현은 "난 지금 밴드이고 뮤지컬로 활동하긴 했지만 어릴 적 꿈은 영화배우였다. 큰 스크린에 내 얼굴, 연기가 나와 부담됐지만 꿈을 하나 이룬 듯하다"며 "노력해서 진정성 있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